옛 것이 좋은 것이여
옛 것이 좋은 것이여
  • 제주일보
  • 승인 20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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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수필가

[제주일보] 인생 백세시대라고 한다. 평균수명이 고령화가 되다 보니 장수 인구가 많아져서 그렇게 불린다. 어느 의사의 ‘의사의 몫은 반쪽이고 나머지는 내 몫’이라는 말은 내가 중병을 앓고 나서야 실감했다.

몸에서 나쁜 신호를 보낼 때마다 병원을 전전한 셈이다. 십 년 동안 무려 세 번의 큰 수술을 경험한 후 진통제에 의지한 잘못을 후회한다. 이젠 근육통까지 겪으면서 탈출구를 찾아 헤맨다.

3박 4일 일정으로 건강 체험을 하려고 비행기를 탔다. 청주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준 조카는 웰빙식으로 며칠간의 음식을 마련하고 평택 숯가마로 데려다주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퇴비냄새가 진동하고 옛날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자연 친화적이다.

주차장에 많이 세워진 자동차는 대중교통의 불편함을 대신 말해주는 듯하다. 붉은 황토와 나무가 주변에 널려 있다. 옛날 방식의 숯 공장이다. 그야말로 탈의실에 본인의 소지품을 보관한 후에는 지정된 옷으로 갈아입고 숯가마 찜질을 한다.

매일 불을 빼고 하루가 지나면 사람들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큰 바윗돌로 열한 개의 굴을 만들었고 칸 칸에는 붉은 황토를 두껍게 마감하였다. 두껍게 발린 황토벽이 뜨거운 열에 의해 거북이 등처럼 골 깊은 그림으로 장식되었다. ‘화탕 지옥’이나 다름없는 이 굴속에는 어떤 효험이 있기에 매일 이백 명이 넘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뜨거운 황토벽의 열기는 찜질로 이용한다. 일거양득인 셈이다. 두꺼운 양말을 신고 큰 수건을 뒤집어써도 일이 분을 견디지 못하여 침을 맞는 열기인 ‘꽃 탕’이 된다. 이틀이 되면 고온 방․ 중온 방으로 나뉘어 뜨거운 바닥에 나무판이 깔린다. 사람들은 비싼 고주파 치료보다 낫다며 본인 몸에 맞는 ‘불 막’을 찾아 몸을 푼다. 이때 뼛속까지 침투되는 원적외선 맛을 몸이 알아채는가 보다. 특별난 사우나 효과이다.

불 막 근처의 흙바닥에는 이동수단으로 나막신을 신는다. 치료를 위하여 불가에서 불을 쬐고 뜨거운 ‘꽃 탕’에 들어갈 때도 나막신을 신는다. 실수를 저지르면 화상과 연결되기에 옆 사람들이 자진하며 잔소리한다. 불씨가 내그어진 잉걸불에 방석을 깔고 등을 돌리니 가슴 쪽으로 시원한 바람이 스며든다. 냉온 욕을 자연에서 맛본다. 명상에 잠긴다.

며칠 묵으며 치료하려고 마음먹었다. 너와 지붕 형태의 휴게실과 숯가루로 군불 지펴주는 기와집이 외할머니를 추억하게 만든다. 어렸을 때, 가을 주말에는 식량을 얻으려고 버스를 타고 외할머니를 뵈러 갔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얘기 보따리를 풀면서 고구마를 구워주어 하룻밤이 길었다. 군침 돌게 하는 그 간식이 휴게실에서 은박지로 포장하여 가래떡과 고구마를 팔고 있다.

마당에는 숯가루를 종종 얹어 주고 있는 돌로 에둘러진 불 턱이 있다. 꺼지지 않는 불티에 묻어놓으면 삼십 분이면 간식으로 탄생한다. 칠십이 넘은 노인이 간식거리를 불재 속에 묻어 버리자 어린아이는 왜 흙속에 감추느냐고 한다. “옛것이 좋은 것이여. 조금만 기다려.” 칭얼대는 아이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해준다. 정겹다. 그 아이가 자라나서 기억이나 할까.

지금은 발달된 문명의 이기로 잃는 것도 많아졌다. 냉방병에 시달리다 질병도 오는 줄 모르게 침범했다. 불을 쬐다 보니 몸의 습한 기운도 사라졌다. 몸도 가벼워진다. 피부도 맑아졌다. 이 느낌 그대로 오래 갔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이 느낌 때문에 이곳을 계속 찾는 듯하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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