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4·3군사재판 무효화 ‘힘 모아야’
불법 4·3군사재판 무효화 ‘힘 모아야’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8.03.04 1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 수형인 문제 더 늦출 수 없어
박상기 법무도 절차적 부당성 첫 인정…독일‘무효화’선택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70주년을 맞아 제주4·3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뜨겁다. 특히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의 국회처리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내달 70주년 4·3추념식 이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4·3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토대로 70년 동안 가슴속에 묻어둔 유족들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피해구제와 진상조사권한 강화, 유족에 대한 보상 등이다. 이와함께 지난달 국회에서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의 대정부질의에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4·3당시 민간인에 대한 불법 군법회의에 대해 정부가 절차적 부당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뒤 법무부와 검찰 핵심인사들이 제주4·3평화공원을 잇따라 참배하는 등 ‘군사재판 무효’에 대한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지 관심이다.

▲재판도 없이 ‘전과자 낙인’ 70년

제주4·3의 기폭제가 됐던 1947년 3월1일부터 1954년 9월21일 사이 제주에서는 재판으로 인해 형을 선고받은 이가 수천명에 달한다. 특히 이중 1948년~1949년 불법군사재판으로 사형과 무기징역, 징역형을 선고받은 희생자는 확인된 것만 2530명에 이른다. 영문도 모른 채 경찰에 끌려가 무장대와의 연관성을 자백하라는 강요와 참혹한 고문도 뒤따랐다.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 것은 지난 1999년. 추미애 의원(현 민주당 대표)이 새정치국민회의 시절 당내 제주4·3사건진상조사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정부기록보존소 보관창고를 뒤져 군법회의 수형인명부를 처음 발견하면서다. 당시 서울과 인천, 대전, 대구, 전주, 목포 등 전국 곳곳의 형무소에 분산 수감됐고 한국전쟁 과정에서 ‘불순분자’ ‘폭도’라는 명목으로 총살되거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른다. 재판과정에서 있어야 할 기소장, 판결문 등 재판절차를 증명할 근거는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제주4·3진상보고서는 이에 대해 “군법회의가 아예 없었거나 적법절차를 어긴 형식적 재판이었다면 ‘수형인 호칭’도 문제이며, ‘형무소 수감’도 불법감금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죽기 전 재심신청이라도’

불법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했던 피해자중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이들 중 18명이 지난해 4월 국가를 상대로 한 재심청구 요구가 받아들여져 지난달 5일 첫 심문이 열렸다. 실형을 선고받은 지 70년만이다.

이날 청구인을 대표한 양일화씨(89)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끌려가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며 “죽기 전에 억울함을 풀고 명예회복을 해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다”고 호소했다.

제주4·3특별법 통과 18년째, 정부에 의한 4·3진상보고서(2003년) 채택으로 이들의 억울한 옥살이가 확인됐지만 여전히 이들은 ‘수형인’ 멍에를 지고 살아가고 있다. ‘더 기다릴 수 없다’는 이들의 간절함은 제주4·3특별법이 시급히 개정돼 이들을 ‘희생자로’ 온전히 명예회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일은 판결의 무효화 선택

양일화씨 등 18명의 재심이 이달중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판기록이나 판결문이 남아있지 않아 특별재심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청구인들이 고령이라는 현실, 재심청구인과 미청구인간 형평성 등 상당한 문제들이 뒤따른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불법재판에 대한 과거사해결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독일은 1988년 ‘나치불법판결 파기법’을 제정해 2차세계대전 기간 이뤄진 불법재판에 대해 판결자체를 무효화했다. 사법권의 불법행위에 대한 구제를 피해자 개개인에게 맡기지 않고 의회가 ‘입법’으로 해결한 사례로 과거사해결의 모델이기도 하다. 잘못된 판결은 ‘청산대상’임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만델라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1994년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해 국가의 반인권 사건과 가해자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했으며 가해자가 사과할 경우 죄를 묻지 않았으나 잘못된 수사와 재판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법부 청문회를 통해 엄격하게 조사를 진행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