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터까지도 ‘화려’…인도 건축예술에 ‘감탄’
화장터까지도 ‘화려’…인도 건축예술에 ‘감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3.0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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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31)역사적 도시 품은 서부 인도를 찾아서<4>-자이살메르 주요 건축물 탐방
자이살메르 성 입구 모습. 성의 다른 방향들보다 더욱 거대하게 건축돼 있다. 급경사를 이루는 입구에는 여느 성처럼 커다란 대문이 있다.

[제주일보] 거대한 성 안에서 잠을 잔 것이 처음이라 밤새 설레는 마음에 잠을 설쳤는데 새벽녘 이상한 소리에 깼습니다. 길고 짧은 소리가 들리는데 한참 동안 귀를 기울여보니 종교의 아침 예배 소리인 듯합니다.

새벽 풍경이나 찍자고 옥상에 올라갔더니 어느새 주변 옥상마다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군요. 우리나라 사람들만 일출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새 아침을 좋아하는 건 매한가지인 모양입니다. 어제 본 일출 장면을 연상하면서 기다렸지만 해가 뜨다가 구름 속에 잠겨버립니다.

오늘은 일찍 출발해 멀지않은 곳에 있는 왕족들의 옛 화장터와 소나르 킬라 성의 주요 건물, 박물관 등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자이살메르 왕족들이 죽으면 화장을 했다는 화장터도 화려한 건축물들로 이뤄져 있다.

비좁고 구불구불한 성곽길을 나와 사막으로 접어들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한참을 가자 멀리 이상스런 건축물들이 보입니다. 바로 자이살메르 왕족들의 옛 화장터랍니다.

언덕에 세워진 전통적인 인도풍의 건축들은 붉은 사암으로 수십개가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중앙에는 화장대와 여러 신(神)들의 조각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고 지붕은 또 얼마나 세밀하게 조각했는지 예술이 아닐 수 없군요.

화장터 곳곳에 만들어진 정교한 조각들.

인도에서 가장 놀라운 것들은 건축예술이라고 하더니 이 죽음의 땅이라는 타르사막 한 가운데 세운 화장터마저 감탄스럽습니다. 한 사람을 화장할 때마다 화려한 건축물을 하나씩 세우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군요.

자이살메르는 인도에서 가장 외떨어진 오지 중 하나로 도시는 유럽의 영향을 받지 않은 라지푸트와 이슬람 건축양식이 혼합돼 이뤄졌답니다. 이 요새의 기념비적인 관문 안에는 왕궁들이 있는데, 그 일부는 풍부한 디테일을 지닌 벽화와 유리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군요.

자이나교 사원들을 비롯한 수많은 맨션들이 있으며, 귀족과 상인들이 소유했던 ‘하벨리’라 불리는 저택은 돌로 섬세하게 조각된 파사드와 발코니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돌 조각들에서 드러나는 우수한 건축 솜씨가 한때 이곳에 집중됐던 부와 권력을 증언해 주는 것 같습니다. 하벨리는 귀족과 부호들이 지은 개인저택을 일컫는 말인데 화려하게 지어진 하벨리들은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색창연한 유산으로 남아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군요.

건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돌 조각 하나하나를 볼 때 마다 감탄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성 안 건축물 중 가장 정교하게 세워졌다는 ‘살림 싱키 하벨리’의 윗부분. 이 하벨리는 무려 50년에 걸쳐 만들어 졌다고 한다.

이 건축물 중에서 가장 정교하고 우아한 것은 ‘파트원 키 하벨리’입니다. 이 저택들은 각각 돌을 정교하게 조각해 만든 것으로,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50년이나 걸려 완성됐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살림 싱키 하벨리’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까지 자이살메르 재상을 지냈던 살림 싱의 사저로 사용된 건물로, 일반 건물은 아래쪽이 넓고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모양인데 비해 살림 싱키 하벨리는 건물 맨 위층이 하단보다 넓게 지어져 있어 이색적인 모습입니다.

이 건물에는 후손들이 지금까지도 거주하고 있어 내부 일부만 공개되고 있군요. 참 특이한 건물입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자이메르 성 한 가운데 위치한 옛 궁전입니다. 지금은 작은 규모의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왕들의 초상화, 무기, 왕비가 썼던 가마 등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어 그나마 그 옛날 화려했던 자이살메르 왕족의 흔적을 살펴 볼 수 있군요.

성 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기념품 가게들이 보인다.

관람을 마치고 개방된 옥상에 올라서니 발 아래로 굽이굽이 이어진 성의 골목과 저 멀리에는 타르사막 지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렇게 찬란한 문화유적을 돌아보고 거리로 나왔더니 아까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없던 소 떼들이 길거리 곳곳에 널브러져 앉아 있군요. 이 모습 또한 소를 숭배하고 있는 인도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짧은 시간에 자이살메르를 다 볼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부지런을 떨면서 찾아본 이야기들입니다. 이제 자이살메르의 아쉬움을 남기고 인도 최고의 고성을 찾아 하루 종일 차를 타야 한다는 군요.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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