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하게
삐딱하게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8.03.0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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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흥남 기자] ‘마께가 가벼우면 세감이 돈다.’ 제주속담의 하나다. 여기에 나오는 ‘마께’는 방망이를, ‘새감’은 무엇을 물릴 때에 그 사이에 물리는 나뭇조각을 뜻한다. 이 속담은 방망이가 가벼우면 쐐기가 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고재환 전 제주교육대학교수가 쓴 ‘제주속담사전’은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 중심을 잡고 조정해서 주도하지 못하면 기틀을 허무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고 그 뜻을 풀이했다.

예나 지금이나 제주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이해를 쫓아 생활한다. 그러다 보니 사회구성원 간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이를 조정해야 하는 역할은 갈수록 막중해 진다. 이를 위한 역할이 시스템으로 굳어 진 게 지방정부다.

제주에서 지방정부는 제주도다. 그리고 그 지방정부를 직접 견제하고 감시하는 곳이 지방의회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제주는 지금 급격한 변혁기다. 60만명 남짓한 주민들이 모여 사는 섬에 이 보다 20배가 넘는 연간 1500만명의 관광객들이 외부에서 밀려온다. 뿐만 아니라 인생 2모작을 위해 연간 1만5000명에 이르는 타지방 사람들이 제주로 전입해 눌러 앉고 있다.

#도의회도 난개발 책임

제주 곳곳에는 밀려드는 관광객과 전입인구들을 위한 시설들이 한창이다. 이들 수요를 겨냥한 시설은 곧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제주 전역을 파헤쳤다.

개발은 수요가 일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제주에서 진행되는 개발의 이면을 보면 적지 않은 문제들이 따라다닌다. 다름 아닌 난개발이다. 이에는 부동산 투기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전 제주시는 상하수도가 연결되지 않은 토지에 대해선 개발행위 제한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조례를 시행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도심 공동화 문제를 막고, 나아가 도시외곽으로의 무분별한 팽창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당시 제주시는 도시외곽 팽창의 기준선을 연북로로 삼았다. 연북로 남쪽에 대한 개발은 억제했다. 그런데 상황이 돌변했다.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자마자 유일한 지방의회인 제주도의회는 이 같은 과거 제주시의 정책이 토지소유자들의 사유재산권 침해라면서 행위제한 폐지를 끈질기게 외쳤다.

가뜩이나 민원에 토지주들의 민원이 골치 아팠던 제주도는 이를 넙죽 받았다. 도시계획조례는 개정에 개정을 거듭했다. 그 결과 개발제한 빗장이 풀리고, 제주 전역이 만신창이가 됐다.

개발 광풍이 몰아쳤다. 그런 고삐 풀린 난개발의 후유증은 10년도 안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대표적인 게 수용능력을 넘어선 하수처리 문제다. 중산간 곳곳에 물 부족 현상도 나타났다. 경관 훼손은 두말할 나위 없다.

# 과거 잘못 되풀이 안 돼

제주도는 지난해 더는 방치가 곤란하다는 판단, 자연녹지 개발행위를 억제하는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했다. 그런데 그 조례 또한 개정과정에서 사유재산권보호라는 미명아래 자행된 도의원들의 위세에 눌려 엉망이 됐다. 개발업자들은 뒤에서 웃었다.

도의회 역할의 막중함은 더는 말할 나위 없다. 오는 6월엔 이들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지난 기간 이들이 제 역할을 했더라면 제주가 지금처럼 만신창이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근본을 흔들리게 하는 ‘가벼운 마께’를 내치고 ‘동량지재’를 골라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기존이 방법이 틀렸기에, 기존이 방법 또는 관행에 얽매임 없이 삐딱하게 후보의 자질을 살필 필요가 충분하다.

지드레곤은 상처를 당한 마음을 노래한 ‘삐딱하게’에서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에 넌 변했지/ 이유도 없어 진심이 없어/... 오늘밤은 삐딱하게/.”라고 외쳤다. 비록 개인의 감정을 표출한 노래의 한 부분이지만, 제주 모두가 상처를 당해야 했던 지난 과오를 잊어선 안 된다.

오늘(2일)부터 도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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