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한파'가 남긴 갖가지 기록
'최강한파'가 남긴 갖가지 기록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6.01.2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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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을 강타했던 ‘최강 한파’가 지나가고 평년 기온을 회복했지만 혹한의 자욱은 제주 곳곳에 남아있다.

‘북극 한기’를 머금은 이번 추위의 지속기간은 불과 3일로 짧았지만 폭설과 한파, 강풍이 함께 몰아치면서 역대급 기록을 양산했다.

▲추위 원인은 ‘북극 한기’…온난화의 역설
이번 혹한은 북극 주변의 찬 공기를 가둬놓던 제트기류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약화하면서 ‘북극 한기’가 남쪽으로 이동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북극 상공의 찬 기류를 ‘폴라 보텍스’(polar vortex)라고 부르는데 강한 바람대인 제트기류는 평소 북극 주변을 빠르게 돌면서 이 찬 기류를 막아두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온난화로 인해 북극 해빙이 녹아 북극 상층의 온도가 올라가고 제트기류가 약해지자 북극 한기가 남하해 중위도 지역인 한반도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폭설의 경우 중국 북부지방에서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상을 중심으로 눈구름이 만들어져 바람을 타고 육상으로 유입돼 발생했다.

▲제주 32년 만의 최강추위=지난 24일 서귀포(남부)의 최저 기온이 6.4도, 고산(서부)이 영하 6.1도까지 떨어져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낮은 기온을 보였고 성산(동부)도 최저기온이 영하 6.9도까지 떨어져 1990년 1월 23일(영하 7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제주(제주도 북부)의 최저기온도 영하 5.8도로, 영하 6도까지 떨어졌던 1977년 2월 16일과 영하 5.9도까지 떨어졌던 1977년 2월 15일에 이어 3번째로 낮았다. 또한 지난 23일 제주시에는 12㎝의 눈이 쌓였는데 이는 1984년 1월 18일(13.9㎝) 이후 32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며 관측 이래 역대 세 번째다. 또한 같은 날 제주 전역에는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는데 이는 2009년 3월 13일 이후 7년 만에 내려진 것이다.

▲제주국제공항 폐쇄…첫 24시간 운항=제주국제공항은 폭설과 강풍이 23일 오후 5시 50분부터 25일 오후 2시 48분 이스타항공 ZE236편이 승객 149명을 태우고 활주로를 이륙하기까지 44시간여 동안 폐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제주 출발·도착 항공편이 23일 296편, 24일 517편이 결항했으며 25일 첫 항공기가 이륙하기까지 총 1200여 편이 결항했다. 이 기간 제주에 발이 묶인 체류객은 공항공사 추산으로 9만7000여 명이었다. 이들 체류객을 수송하기 위해 제주공항은 개항 후 처음으로 24시간 운항되면서 27일까지 새벽까지 총 413편의 항공기가 제주공항에서 이륙했다. 제주발 여객기 탑승객은 25일 오후 2시 48분 첫 비행기부터 27일 0시 14분 마지막 비행기까지 누적해서 국내선 6만3564명(354편), 국제선은 9536명(77편) 등 총 7만3100명으로 집계됐다. 유례없는 밤샘 수송작전으로 제주공항에서는 25일 밤 한 때 1분40초마다 여객기 이·착륙이 이뤄지기도 했다.

▲훈훈한 제주 인심=공항 폐쇄 초기 SNS에는 ‘공항 수하물센터에서 종이박스 1만원 판매로 폭리취득’, ‘택시요금 10만원’이라는 내용이 퍼지면서 제주의 ‘비정함’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유언비어로 결론이 났고 오히려 도민들과 제주도를 비롯한각계 단체들이 체류객들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서면서 제주의 인심을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와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 저비용항공사 등의 미숙한 대처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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