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영등바람축제, 신과 함께하는 바람길 영등손맞이
2018 영등바람축제, 신과 함께하는 바람길 영등손맞이
  • 제주일보
  • 승인 2018.02.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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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영. 문화기획자 / 관광학 박사

[제주일보] 다시 그 계절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시간이 아닌 다소 원시적이고( 프랑스 철학자 루시앙 레비브륄의 용어를 빌리자면) ‘전(前)논리적’ 사유의 시간, 즉 자연의 시간으로 참여하는 그 때가 돌아왔다.

매년 우리의 설을 보내고 나면 제주 섬 곳곳은 1만8000신들과 사람들이 만나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풀어내는, 일시적이지만, ‘초월적인 시공간’으로 바뀐다. 음력 정월이면 마을 본향당에서는 신과세제 굿이 열리고 서북 계절풍이 불어오는 음력 2월이면 영등달에 찾아오는 손님(來訪神)맞이로 제주 섬이 분주해진다.

예로부터 제주사람들은 ‘영등달’에 부는 영등바람으로 영등신이 온다고 믿어왔는데 이러한 제주영등굿을 모티브로 한 축제, 2018 영등바람축제-신과 함께하는 바람길 영등손맞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8 영등바람축제의 모티브, 제주 영등굿

옛날에는 제주도 곳곳에서 영등굿을 열흘 혹은 보름동안 성대하게 벌였다고 한다.

정월그믐에 동네를 돌아다니는 걸립으로 마련된 제비로 2월 초하루부터 들에 제장을 마련하고 심방을 불러 굿을 하였다하며 마을의 집을 오가며 며칠 동안 밤낮으로 열리는 굿을 통해 신을 즐겁게 놀렸다고 한다.

의례는 초감제에 이어 요왕맞이를 하면서 댓가지 12개를 세워 신을 맞이하는 요왕질침을 하였다 하는데 말머리 모양의 것에 삼색비단으로 장식하고 ‘떼몰이(躍馬戱)’로 신을 놀리기도 하였다 한다.

그러다가 열흘이나 보름에는 신을 보내는 송별제를 성대하게 벌였는데 이때 모형배를 만들어 포구에서 띄워 보냈다고 한다.

▲칠머리당과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칠머리당은 제주시 건입동 본향당이다. 건입동의 본향당을 칠머리당이라 부르게 된 것은 본래 당이 위치해있던 건입동 동쪽 제주항과 사라봉 사이의 바닷가 언덕의 속칭인 ‘칠머리’에서 기인한다.

도시화 과정을 거치며 두 차례 자리를 옮겨 현재는 사라봉에 위치한 칠머리당의 신은 도원수감찰지방관과 요왕해신부인 부부이다. 해마다 영등환영제(음력 2월 1일), 영등송별제(음력 2월 14일) 등 두 차례의 굿을 한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1980년 11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지난 2009년 9월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2018 영등바람축제, 신과 함께하는 바람길 영등손맞이

매년 음력 2월 1일에 제주로 와서 온 섬을 돌아다니며 땅과 바다 곡식의 씨앗을 뿌려주고 음력 2월 15일에 우도를 통해 떠난다는 영등할망의 발자취를 퍼레이드 형식으로 구성하여 만든 신나락 만나락 바람축제이다.

오는 3월 16일 한림읍 한수리를 시작으로 귀덕리(3월 17일), 함덕리(3월 25일), 하례리(3월 27일), 건입동(3월 30일) 등을 거쳐 영등할망을 보내는 일정으로 진행되고 국가무형문화재 제71호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회장 김윤수)가 주관한다.

바람길 영등손맞이에 동참하는 마을들은 각 마을의 특징적인 콘텐츠를 적극 발굴하고, 전통적인 영등신앙의 요소를 원형삼아 다채롭고 현대적인 변형을 마을 축제에 가미한다.

영등할망의 큰아들이라 전해지는 ‘대섬밧당영감또’(한수리), 영등할망이 들어오는 ‘복덕개’(귀덕리), 물 두물 서물날 ‘안카름 서물할망’(함덕리), 용의 전설이 살아있는 ‘남내소’(하례리), 영감신 일곱형제(건입동) 등 마을 특유의 콘텐츠가 마을 퍼레이드라는 그릇에 담겨진다.

한편 2018 영등바람축제는 지난 2012년부터 문화재청과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시행하고 있는 ‘생생문화재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것으로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는 본 사업에 6년째 참여해오고 있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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