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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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2.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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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효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이사 / 논설위원

[제주일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쇼트트랙 여자팀이 3000m 계주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예선전에서 넘어지고도 1등으로 들어오는 등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루어낸 성과여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1992년 올림픽에서 계주가 정식 종목이 된 이후 8번의 대회 중 6번을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땄다니 대단하다.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2등으로 들어온 중국 팀은 실격을 당하여 은메달을 받지 못했다. 경기 중에 반칙 행위를 했기 때문이었다. 반칙을 저질러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 함으로써 퇴출당한 것이다. 적어도 이 경기에서는 퇴출당했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으리라.

이 장면을 보면서 연일 방송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성폭력 사건에 생각이 미쳤다. 그들은 누가 어떻게 실격시켜야 하는가.

얼마 전에 한 검사가 방송 인터뷰를 통하여 자신이 당했던 성추행을 고발하여 충격을 주었다. 무려 검사가 성추행을 당했단다. 무려 검사한테 당했단다. 이런 일이 한 번이 아니란다.

다른 여검사는 이런 풍토가 검찰 내에 만연해 있다고 증언했다. 사회 정의를 세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 안에서 힘의 우위를 이용하여 성폭력을 저지르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 심판이 아닌가.

올림픽 경기에서 선수의 반칙을 찾아내어 실격을 주는 사람이 심판이라면 우리 사회의 반칙을 저지른 사람에게 벌을 주도록 재판부에 요청하는 사람들이 검사이니 그들은 올림픽의 심판과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반칙을 저지른 사람을 찾아내어 실격을 주어야 할 이가 되려 반칙을 저지른다니 심판이 교체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문화계의 성폭력은 더 심한 모양이다. 연극계의 거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던 사람이 방송에서 하는 이야기는 듣기에도 민망하여 요즘 젊은이들 말로 ‘이게 실화냐’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배우이자 대학 교수인 어느 유명 연예인은 학생들을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 몹쓸 짓을 했다고 한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다정하고 친근한 아빠, 아내를 위하는 좋은 남편의 모습을 보여준 배우가 딸보다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런 짓을 했다니 추악하기 그지없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의장까지 지낸 유력 정치인이 성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는가 하면 대기업 회장이 직원들을 성노리개처럼 대했다는 뉴스가 이어진다. 딸의 친구를 성폭행하고 살해하여 1심에서 사형을 언도 받은 사건도 있다.

끊임없이 성폭력이 개입된 사건 사고가 뉴스를 장식한다.

이런 대형사건만 있는 게 아니다.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너나없이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다들 이구동성으로 ‘미투(Me Too)!’란다.

물론 나도 당한 적이 있다. 성폭력이 넘쳐나는 세상인 것이다. 따라서 요즘 거론되는 검찰이나 문화계, 학교 등에서의 성폭력을 예외적인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사회 전반의 성의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강력한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 그 전에 건전한 상식을 가진 건강한 시민들이 의식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지위의 힘, 권력의 힘, 물리적 힘, 돈의 힘을 이용해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을 실격시키고 퇴출시켜야 한다. 성추행을 저지른 사람이 지위를 유지한 채 버젓이 행세하고 다닐 수 있는 사회는 후진적이다.

곧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성추행으로 물의를 일으켜 조직에서 쫓겨난 사람이 도의원으로 출마한다면 실격시켜야 한다. 그런 사람이 정치를 한다면 주민을 상대로 추행을 할 것이다. 반칙을 하는 선수는 그 경기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나부터 나서야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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