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숲 비자림과 국내 최고 당근 마을
천년의 숲 비자림과 국내 최고 당근 마을
  • 홍성배 기자
  • 승인 2018.02.27 2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공동체 복원과 주민 삶의질 향상 위해 역량 결집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마을 전경

[제주일보=홍성배 기자]

‘천년의 숲, 비자림’, ‘국내 최고 당근 마을’.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를 한마디로 표현해주는 말이자, 주민들의 자부심이 묻어있는 명칭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청정 자연을 간직한 평대리는 조상들이 지켜왔던 마을공동체 본연의 모습을 복원하고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근 또다시 마을 역량을 결집 중이다.

▲평평하고 너른 땅=평대리는 적지동(붉은못동네)·망지동(망모르)·입두동(갯머리동네)을 포함한 동동(東洞)과 장전동(진밧동네)·수리동(수리골)·선입동(배들인개)·감수동(감수굴)을 아우른 중동(中洞), 탈전동(탈밧골)·대수동(대수굴)을 거느린 서동(西洞)의 3개 자연마을로 이뤄져 있다.

남쪽으로는 세계 최대 비자나무 군락지인 비자림과 함께 돼지의 모양을 지녔다고 해 이름 붙여진 ‘돝오름’이 있고, 북쪽으로는 청정 제주바다를 품은 쉰모살해변이 자리 잡고 있다.

평대리는 1000여 년 전 비자림 서쪽에 위치한 검석굴왓에 모여살다가 농경생활의 환경조건을 따라 차츰 해안으로 이동해 지금의 정주형태를 지니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처음 발을 내디딘 집안은 제주 부씨와 김해 김씨 가문.

예로부터 ‘평평하고 너른 땅’이라고 해서 ‘벵듸’라고 불리웠는데, 1910년 이후 그 뜻 그대로 한자음을 차용해 평대리로 명명됐다.

비자림 입구 전경

▲비자림과 당근의 마을=제주를 대표하는 숲 ‘비자림’은 평대리의 상징이다.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44만8100여㎡의 면적에 500~800여 년의 수령을 가진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생한다. 단일 수종으로 이뤄진 비자림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희귀한 숲으로 평가받고 있다.

숲의 가장자리에 있는 ‘새천년 비자나무’는 비자나무의 조상목으로 불리는데, 수령이 무려 830년에 달한다.

연중 푸름을 유지하는 비자나무숲은 신비한 청량감으로 건강과 치유 효과까지 평가받으면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로 꼽힌다.

평대리 마을 입구에 설치된 당근 상징 조형물.

제주당근도 빼놓을 수 없다. 농사를 짓는 주민 대부분이 오랫동안 당근을 재배해왔고, 당근농사의 노하우나 품질면에서도 자부심이 크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평대리가 당근 주산지이면서 가장 좋은 품질의 당근이 생산되는 곳임을 강조하기 위해 이사무소와 복지회관 등에 최고의 당근 마을임을 알리는 벽화를 제작했다. 또한 당근 모형을 제작해 마을 입구에 설치하기도 했다.

고석진 이장은 “평대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당근 생산지”라며 “학생시절 실과 교과서에도 당근의 고장으로 평대리가 실렸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마을길을 이어서 만든 ‘벵듸고운길’은 주민의 삶과 제주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통로다.

지난해 문을 연 ‘환경성질환예방관리센터(비자숲힐링센터)’도 새로운 관심거리다. 제주는 깨끗한 환경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아토피 유병률과 알레르기 비염 유병률 1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자림 옛 야영장 부지에 건립된 센터가 이들 환경성 질환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거점으로, 평대리의 새 명소로 부상할 지 주목된다.

▲지금 평대리는=최고 당근 마을임을 자부하지만 당근 농사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생산 및 유통의 문제로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고, FTA(자유무역협정)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농산물시장 개방을 촉진하는 정책들로 수입 당근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마을과 100년을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농업모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가 핫플레이스로 부상하면서 평대리도 다른 마을들과 마찬가지로 신축 건물이 들어서고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늘어나는 이주민들과의 소통은 새롭게 등장한 과제다.

관광객들로 비자림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서 보듯 예상을 뛰어넘은 주차난은 마을의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여기에 환경성질환예방관리센터를 활성화해 주민들의 소득 증대와 연계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 현안이다.

▲마을공동체가 만드는 새로운 비전=평대리 주민들은 마을 공동체의 복원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첫걸음으로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을 선택했다.

2014년 전국 공모를 통해 작년까지 3년간 진행된 이 사업은 주민역량강화사업과 경관개선사업으로 진행돼 눈에 보이는 마을의 변화를 주도했다.

주민들이 준비과정에서부터 사업시행에 이르기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해 도깨동산, 도댓불, 용왕당 등 마을 역사문화 복원과 폭낭 쉼터, 안내판 설치 등이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밭담샵 지원사업’에도 선정돼 노후화 된 중동회관이 새로운 밭담샵으로 변신했다.

고석진 이장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해양수산부와 연계한 새로운 마을사업을 진행해 나가겠고 말했다.

무엇보다 평대리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해상풍력사업이다.

평대리는 2009년부터 부족한 마을 재원의 보완 방법으로 해상풍력 사업 유치를 위해 애써왔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한동·평대 해상풍력발전지구에 대한 지구 지정이 이뤄짐으로써 그 꿈에 한걸음 다가섰다.

평대리의 구상은 단순 전기 생산보다 관광과의 연계에 주안점이 있다.

고석진 이장은 “해상풍력시설을 활용해 유람선 운영, 레이져쇼와 같은 야간 볼거리 확충 등으로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양윤 한동·평대 해상풍력발전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전 이장)은 “천년 마을 평대리는 유적도 많고 특유의 문화와 먹거리도 존재하지만 이런 것을 지키고 이어나갈 마을 재원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해상풍력사업이 평대리의 지속적인 발전과 복지 증진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고 시작하게 됐음을 강조했다.

평대리는 주민생활과 직결된 공동의 문제를 주민과 함께 풀어나감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데 마을만들기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벵듸마을신문’도 발행하고 있다. 그동안 마을신문에는 마을의 주요 사업 추진 상황, 공유수면과 평대리농업과 같은 현안에서부터 주민들의 소소한 이야기, 마을의 미래인 어린이들의 성장기까지 다양한 내용이 실렸다.

소통과 동참을 통한 마을의 발전. ‘더 행복한 평대리’의 미래가 주목받는 이유다.

홍성배 기자  andhong@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