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급수대란, 수자원 정책 전환 계기돼야
봄철 급수대란, 수자원 정책 전환 계기돼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2.27 1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올 봄 급수난이 우려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민들이 사용하는 생활용수의 원천인 지하수가 부족한 때문이다. 이처럼 장기간 가뭄이 발생할 때 마다 급수난이 우려되고 실제 발생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 언제나처럼 시민들에게 물 소비를 줄이는 것을 부탁하고, 제한급수 등이 이뤄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긴급 급수차량이 출동하는 연례행사가 이어진다. 이 또한 지나가고 그러면 잊힌다. 제주지역의 급수난은 이처럼 미봉책에 의존하면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제주지역 지하수위는 지난해 6월 이후 지속적으로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하수위가 가장 떨어진 곳은 제주 북부지역에 소재한 제주공항 인근 관측정이다. 이곳은 최근 4.54m까지 떨어지면서 2003년 관측 이래 최저기록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제주 서부지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제주 동부 지역은 그나마 지하수위 하락세가 둔화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1단계 기준수위보다 낮다. 제주 전역에서 지하수위가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장마철 강수량이 평년의 23%에 불과해 지하수 함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최근 기록적 폭설로 지하수 수위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중 지하수위가 가장 낮아지는 4~5월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강물을 중심으로 하는 지표면의 물에 의존하는 타지방과 달리 제주는 생활용수를 전적으로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심지어 생활용수는 물론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물도 절대적으로 지하수에 의존한다.

제주는 최근 개방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각 분야에서 물 소비 또한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물 부족 사태는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 시민들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돗물 못지않게 많은 양의 수자원이 소요되는 농업용과 산업용은 지표면의 물을 사용하거나 중수도를 활용해도 되는데도 제주는 불구경이다. 그나마 지하수를 다량으로 사용하는 골프장에 대해 일정규모이상의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도입, 시행중이다. 이와 비슷한 정책으로 시설하우스 소유 농민들을 상대로 빗물이용시설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타지방 일부 지자체의 경우 빗물이용시설 사업을 공동주택과 일반 대형 건물들로까지 확대하는 추세다. 전체 사업비의 90%을 지원해주는 곳도 있다. 물 부족 상황을 예상한 선제 대응이다. 제주도는 지금의 수자원 정책을 종합적으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하수자원 사용을 적정수준으로 묶어 이를 항구적 자원으로 보존해야 한다. 땅속에 있는 물을 뽑아 쓰기 중심의 정책에서 빗물이라는 무궁무진한 수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정책의 근간을 바꿀 필요성이 충분하다. 당장 올 봄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언제까지 봄 급수대란을 걱정해야 할지 제주도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