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만남은 소중하다
우리의 만남은 소중하다
  • 제주일보
  • 승인 2018.02.2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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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희. 시인 / 제주대학교 제주씨그랜트센터 연구원

[제주일보] 지난 가을 세미나 참석차 중국 후베이성(湖北省)의 우한(武漢)에 갔을 때 존경하는 원로 한 분이 “나는 인연을 항상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말을 듣고 감동받았다.

평범한 이야기 같지만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인연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 있다면 사람들 간에 갈등이 줄어들고 화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만남에는 인연이 존재한다. 부모·형제자매나 친척과 연결된 혈연(血緣)관계에서부터 학연(學緣), 지연(地緣)까지 사실상 모든 관계가 연(緣)이라는 보이지 않는 사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인연은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만 어떤 인연은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일까.

인연(因緣)은 사람과의 ‘좋은’ 또는 ‘나쁜’ 혹은 ‘스치는’ 관계로 나타난다. 인연은 원인과 결과에 따라서 크게 선연(善緣), 악연(惡緣)으로 나눌 수 있다. 인연은 과거의 행위와 관계가 있다. 과거에 행한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선연이나 악연으로 이어져 전생의 업(業)이 된다는 것이다.

전생에 또는 과거에 착한 일을 하면 그에 대한 대가로 선연을 만나고 반대로 악한 일을 했다면 악연과 만난다는 것이다. 하늘이 복을 내릴 때는 그전에 쌓아 둔 공덕(功德)이 있어야만 복을 내리고, 짓지 않은 죄는 받지 않는다는 말처럼 모든 인연이 ‘인과(因果)’에 따라 ‘응보(應報)’가 존재한다고 본다면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 일에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만남이 옷깃만 스치는 인연으로 만나기 위해서 불가에서는 500겁이라는 인연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1겁의 단위는 4억3200만 년으로 우주가 생성되고 소멸되기까지의 기간을 말하기도 하며, 천년에 한 번씩 내려오는 천사의 옷자락에 엄청나게 큰 바위가 닳아서 없어지기까지의 기간이라거나 천지가 개벽해서 다음 개벽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스치는 만남조차도 상상을 초월하는 인고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모든 만남에 인연의 고리가 사슬로 연결되어 돌고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집 울타리 안에서 기르는 식물이나 동물에 이르기까지 인과의 법칙과 인연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범위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연에 대한 관점은 동서양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서양의 다양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상 중에 하나인 ‘존재의 대사슬(great chain of being)’은 우주의 모든 존재가 사슬이라는 고리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가령 무생물부터 시작해서 식물, 동물, 인간을 거쳐 최고의 신과 가시적이고 비가시적인 세계에까지 보이지 않는 사슬로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사슬의 한 부분을 인간이 개입하여 의도적으로 사슬을 끊어 버린다면 우주의 위계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대혼란이 올 것이다.

중국 전설에는 남녀 간의 인연을 맺어준다는 월하노인(月下老人)이 등장한다. 월하노인은 보이지 않는 운명의 붉은 끈을 가지고 다닌다. 월하노인이 가지고 다니던 운명의 붉은 끈으로 남녀 간의 발목을 묶어 놓을 경우 ‘철천지원수(徹天之怨讐)’라해도 반드시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또 중국속담에 ‘유연천리래상회 무연대면불상봉(有緣千里 來相會 無緣對面 不相逢)’이 있다. 이는 ‘인연이 있으면 천 리 떨어져 있어도 만나고 인연이 없으면 얼굴을 맞대고 있어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흐르는 강물이 강을 거슬러 오르지 않듯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 있다. ‘회자정리 생자필멸(會者定離 生者必滅)’이다.

만나면 언젠가 헤어지게 되며 살아있는 것은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므로 사는 동안에 항상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히 하여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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