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패러다임은 세계보편모델로 성장중"
"제주4·3 패러다임은 세계보편모델로 성장중"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8.02.22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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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70주년 제주4·3 학술심포지엄…박명림 교수 주제발표
강우일 주교 "4.3은 순교적 여정, 이제 내면적 가치와 연결고리 발견해야"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화해와 상생, 용서와 치유, 평화의 제주4·3 패러다임은 세계보편모델로 주목해야 한다’

22일 천주교제주교구 제주4·3 70주년특별위원회가 ‘제주4·3의 역사적 진실과 한국 현대사 의미’를 주제로 서울 명동성당에서 마련한 제주4·3 70주년 학술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오랜 시간 비극을 감당해온 제주도민들의 노력에 주목하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제주4·3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해온 박 교수는 세계 근현대사의 숱한 학살과 참화 등을 하나씩 짚어가며 제주4·3이 걸어온 길을 설명했다. 특히 화해와 상생의 모델의 대표인 애월읍 하귀리 영모원에 대해 박 교수는 “2003년 마을에서 건립한 이 시기는 제주4·3진상보고서가 채택되기 전이고 제주4·3평화재단도 만들어지기 전”이라며 “4·3의 광풍을 겪은 가장 낮은 ‘마을단위’에서 해원과 상생의 합동위령 시설이 건립된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4·3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민족주의, 평화주의, 대륙과 해양세력, 근대와 현대의 경계에서 벌어진 충돌과 경쟁이자 문명과 이념들 사이의 경계와 전초”라며 “세계는 제주에게 이념대결과 학살, 희생과 트라우마를 주었지만 제주는 세계에게 화해와 치유, 상생과 평화의 모델을 확산하는 기지로 거듭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시민의 모델을 제주가 만들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박 교수는 끝으로 “국가 또한 성찰과정을 통해 국립4·3평화묘지 조성도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평화와 인권의 상징으로 제주4·3이 자리매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앞서 기조강연에 나선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제주4·3이 발생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겉으로 드러난 희생과 비극 이면에 당시 제주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4·3의 배경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강 주교는 “이제 4·3 안에서 오랜 민족의 삶의 궤적 속에 숨겨진 더 깊은 내면적 가치와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단계로 진입해야 하다”고 방향을 제안하고 “4·3에서 사라진 수많은 무명의 희생자들이 비록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였어도 자신들의 무의미한 것 같았던 고통과 죽음 안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인간생명의 가치를 빛내는 순교적 여정을 걷고 있었다”고 4·3의 의미를 평가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이규배 교수(제주국제대)의 사회로 백장현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박찬식 제주학연구센터장이 토론에 나섰으며 이어진 제2발제에서는 전남대 김상봉 교수의 발제와 한재호 신부(광주가톨릭대 교수), 박찬식 4·3범국민위 집행위원장이 참여했다.

명동성당에서 제주4·3을 다룬 학술심포지엄은 처음으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민족화해위원회가 함께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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