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제주] 요양보호사 구인난 시달리는 요양시설
[리포트 제주] 요양보호사 구인난 시달리는 요양시설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8.02.22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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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처우에 이직 잇따라…면허 따도 활동 안 해
22일 제주도내 요양시설에서 요양보호사가 입소자를 돌보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제주일보=현대성 기자] 제주지역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고령사회 진입 가속화와 맞물려 요양보호사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으나 열악한 처우 여건 등으로 현업 종사자를 구하지 못하는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요양시설에서는 보호사 인력 부족으로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을 제때 받지 못하는가 하면 장기간 입소 대기 상황에 처한 노인 가정에서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사회복지 확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요양보호시설 들어가고 싶어도 힘들다”=제주시 아라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고모씨(55)는 최근 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진 장인어른 때문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집 근처 등의 요양시설들을 알아보고 있지만 “자리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씨는 “주변 친구들 사이에선 요양시설 입소자 한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자리가 생긴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22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요양시설은 모두 64곳에 이른다. 이들 요양시설의 수용 인원은 3700여 명이지만 현재 3100여 명만 입소해 돌봄을 받고 있으며 100여 명 정도가 ‘대기자’로 신청해놓고 입소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요양시설 전체적으로 600여 명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는데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입소한 노인을 돌볼 수 있는 요양보호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요양보호사 1명 당 입소자 2.5명 이상을 둘 수 없도로 규정한 관련법에 따른 것이다. 보호사 구인난이 요양시설 입소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8시간 3교대’ 중노동, 급여는 ‘쥐꼬리’=요양보호사 구인난은 자격증 취득자는 많지만 열악한 근무환경과 임금수준 등으로 현업 종사를 기피하거나 잦은 이직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보호사들은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시설 특성상 8시간씩 3교대로 번갈아 가면서 근무한다. 혼자 거동이 어려운 돌봄 노인들의 식사, 배변, 잠자리, 목욕 등 대부분 일상생활을 보조해야 하는 만큼 노동 강도가 강한 직종으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인 평균 월급은 140만~15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되고 힘든 일에 반해 급여는 적으니 보호사 면허를 따고도 일을 하지 않거나 기존 보호사들마저 다른 직업을 찾기 위해 이탈하면서 구인난이 악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도내 일부 요양시설들은 보호사 이탈 시 기존 입소자들까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직서를 제출한 보호사들을 설득하며 근근이 시설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제주시내 한 요양원에서는 지난해 10여 명의 보호사가 집단 사직하면서 입소 정원을 절반 가량 줄이기도 했다.

행정당국에 따르면 2008년부터 도내에서 요양보호사 면허를 획득한 인원은 모두 1만9000여 명에 달하지만 이 중 2000여 명 정도만 현재 요양시설 종사자로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요양보호사 면허 취득자의 10.5% 정도만 실제 현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잠자고 있는 요양보호사를 현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처우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진심’ 담긴 처우 개선 있어야=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10년간 최저임금은 30% 가량 올랐지만, 보호사 인건비를 결정하는 장기요양보험 수가는 최근 10년간 11% 인상에 그쳤기 때문이다. 

올해 대폭 상승한 최저임금과 업계의 지속적인 수가 인상 요구에 올해 8년 만에 장기요양보험 수가가 인상됐지만 보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매달 10만원씩 지급되던 ‘처우 개선비’가 사라지면서 수가 인상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형편이다.

행정당국은 수가가 올라 한시적 지급 수당인 처우 개선비가 사라지는 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보호사들은 처우개선비 폐지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보호사들은 다른 복지시설처럼 ‘사회복지시설 임금 가이드라인’ 수준에 맞는 임금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치민 제주도립요양원 사무국장은 “요양시설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양로시설 종사자는 사회복지시설 임금 가이드라인 지급 대상에 포함돼 요양보호사들보다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며 “절대적으로 금액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비슷한 일을 하고도 급여가 적은 것에서 발생하는 상대적 박탈감도 심하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장기요양보험 수가 인상은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문제지만,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며 “요양보호사 구인난 해결을 위해 당국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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