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사막에 신기루처럼 우뚝 솟은 ‘황금빛 도시’
광활한 사막에 신기루처럼 우뚝 솟은 ‘황금빛 도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2.2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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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30)역사적 도시 품은 서부 인도를 찾아서<3>-자이살메르
시가지에서 바라본 자이살메르 성. 해질녘이면 성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드는데 이 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장관으로 꼽힌다. 그 색깔 때문에 ‘소나르 킬라’, 즉 ‘황금 요새’라 불리기도 한다.

[제주일보] 성채를 돌아보기 전에 뭔가 이 성에 대한 것을 알고 가야 할 것 같아 팀에서 나눠준 자료를 살펴보니 인도 라자스탄에서 두 번째 오래된 성채 도시인 ‘자이살메르’는 광활한 타르사막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는군요. 사막에 솟아오른 트리쿠타 언덕에 세워진 누벽 높이는 76m에 달하고 수많은 보루의 연속인 외곽 경계는 1만명 이상의 인구가 살 수 있는 자급자족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고 합니다.

이 성에서 숙박하며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첫째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는 자이살메르 성 내부 걷기, 둘째 해질녘 황금빛으로 물드는 자이살메르 성의 일몰 보기랍니다.

잠시 쉬었으니 우선 성 내부 걷기부터 시작해야 일몰 때 황금빛으로 물드는 자이살메르 성을 볼 것 같아 서둘렀습니다.

길을 나섰으나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도 없고, 말이 안 통하니 현지 주민들한테 길을 물을 수도 없어 일행 중 한 사람과 함께 동행을 요청했지요.

좁은 골목이 사방으로 나눠져 있어 성 외곽을 도는 코스를 찾을 수 없어 한참을 방황했습니다. 하도 답답해 현지주민에게 카메라를 보이며 “사진 찍을 만한 곳이 어디냐”라고 손짓을 하자 얼른 자그마한 골목으로 올라가라고 합니다.

오지 여행을 하면서 어려울 땐 혼자 끙끙거릴게 아니라 무조건 부딪치고 봐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지요. 알려준 골목을 빠져나가니 바로 성곽 누벽이 나옵니다. ‘누벽을 따라 돌면 성을 다 돌 수 있겠지’ 생각하며 얼마나 갔을까. 자그마한 판자집들이 꽉 들어차 집 모퉁이를 겨우 비집고 누벽으로 올라서니 아래로 자이살메르 도시가 한 눈에 보입니다.

성 위에서 내려다본 자이살메르 시가지

누벽을 따라 조금 더 가니 이게 웬일입니까? 성 아래로 온통 쓰레기가 널려있습니다. 거기다가 성 안으로는 오물이 곳곳에 있어 ‘변소’를 방불케 합니다. 도저히 걸어갈 수가 없군요. 이런 위대한 유적에 이게 웬일인가 싶었답니다. 꾹 참고 가다보니 더 이상 걸어 갈 수 없는 지역이라 다시 골목으로 내려와 다른 방향으로 돌면서 겨우 빠져 나왔답니다. 지독한 미로를 헤매다닌 느낌입니다. 우리나라 성처럼 한 바퀴를 돌면 성채를 전부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다 가고 혼자 남아 멀리 넓게 펼쳐진 사막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그 옛날 여기서 파키스탄을 넘어 중앙아시아, 그리고 유럽으로 이어지는 융성한 교역로 중 가장 번성했던 황금빛 사막의 도시. 사막을 가로질러 인도 북부로 가는 길도 지배하면서 크게 번성했던 자이살메르가 18세기 해상 무역의 발달로 육로 무역이 끊기며 지금은 화려한 옛날의 흔적만 남았습니다. 도시 찾는 사람들은 사막과 낙타를 만나러 오는 여행자뿐이랍니다.서서히 날이 저물어 가자 해질녘 황금빛으로 물드는 자이살메르 성을 보기 위해 낙조 관망대가 있는 곳으로 갔더니 어느새 많은 외국인들이 모여 있네요. 한두 평 됨직한 누벽에 먼저 온 사람들이 서 있어 발 디딜 틈도 없어 주변에 서성거리고 있으니 한 외국인이 자기 옆으로 올라오라는 손짓을 합니다. 미안하지만 비좁은 틈을 올라 해지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뿌연 먼지 때문에 일몰은 볼 수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허탈해 하는 사람은 저만이 아니더군요.

성곽 입구에는 관광 상품을 파는 상인들이 줄지어 있다.

사막 위에 사암으로 지은 건물 때문에 도시 전체가 황금빛을 띠고 있어 ‘골드시티(Gold City)’라는 애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색깔 때문에 ‘소나르 킬라’, 즉 ‘황금 요새’라 불리는 성채의 건물들은 라지푸트와 이슬람 건축양식을 은근히 혼합하고 있다고 합니다. 건물 중에서 가장 정교하고 우아하게 지어진 것은 ‘파트원 키 하벨리(부유한 지역 상인이었던 구만 찬드 파트와가 지은 다섯 동의 저택)’랍니다.

부유한 지역 상인이었던 구만 찬드 파트와가 지은 다섯 동의 저택 ‘파트원 키 하벨리’. 이곳에서 가장 정교하고 우아한 건물로 꼽힌다.

내일 소나르 킬라 성채의 중요 건물들을 돌아볼 예정이라는군요. 성 주변으로는 각종 인도 전통요리를 하는 식당이 많으니 오늘 저녁은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해결하는 체험을 한답니다. 말도 안 통하는데 어쩔까? 그냥 하루 저녁 굶어버리자는 생각이었으나 그래도 돌아다니며 식당 구경이라도 하자고 룸메이트와 거리로 나갔는데 벌써 식당 주변에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두어 차례 먹어본 인도 음식의 특징은 향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먹기가 조금 어렵지만 몇 번 먹고 나면 그런대로 먹을 만하더군요. 작은 식당에 들려 손짓 발짓을 하며 음식을 주문하려 했지만 서로 답답했던지 주인이 사진이 붙어있는 메뉴판을 가져 오네요. 처음부터 메뉴판을 주던지….

음식 사진을 보고 주문한 전통 인도 자이살메르 음식 맛을 보았는데 짙은 향료 때문에 먹기 힘든 음식이 있기도 하지만 몇 개는 맛있더군요. 식당에서 나와 어둠 속에 본 소나르 킬라 성채가 웅장해 보입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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