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한파 녹인 ‘제주도민의 힘’
최강한파 녹인 ‘제주도민의 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1.2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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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의 기록적 폭설로 제주공항이 폐쇄됐던 지난 23일 오후부터 25일 오후까지 2박 3일간 공항에 갇힌 관광객들에게 보여준 제주도민들의 크고 작은 온정들이 큰 감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상대책 근무를 한 119와 경찰, 그리고 제주도 공무원, 나아가 공항공사야 당연히 자신들이 해야 할 책무라 치더라도 많은 도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사실상 고립된 것이나 다름없는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베푼 선행들이 회자되고 있다. 제주의 인정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달궜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60대 부부는 공항 관광객들에게 삶은 계란과 고구마를 비롯해 감귤을 나눠줬다. 제주할망오메기떡 임순자 대표는 밤새 공항에서 어려움을 겪은 관광객들에게 오메기떡 1000개를 나눠줬다. 엉클톰김밥 김해봉 대표는 김밥 50줄을 나눠줬다. 제주성안교회봉사단체 회원들은 물티슈와 화장품 샘플을 전달했다. 이밖에 농협제주본부, 한국은행제주본부, 제주소방서 여성의용소방대를 비롯한 도내 기관 단체 등이 곤경에 처한 관광객들에게 온정을 베풀었다. 무료 숙소제공도 이어졌다.

제주도민들의 힘이 매서운 추위에 떨고 있는 관광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끌어올린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 또는 낯선 사람을 돕기 위한 제주도민들이 자발적 온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주는 말 그대로 인정의 섬이다. 삼무(三無)의 섬 이라고 불릴 만큼 제주는 예로부터 도둑이 없고 대문이 없고 거지가 없는, 말 그대로 사회구성원들 스스로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거대 공동체였다. 사회 구성원 서로에 대한 신뢰와 따뜻한 마음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평온을 이어온 지역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어우러진 삶의 문화’는 이웃이 어려움을 당했을 경우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자신의 일처럼 돕고 응원하는 전통으로 이어졌다. 이 전통이 이번 최강한파 속에서 ‘온정’이라는 이름으로 빛을 냈다.

우리사회에는 군사력 또는 행정력 등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힘인 ‘하드 파워(hard power)’와 강제력이나 명령이 아닌 자발적 동의에 의해 생기는 힘인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존재한다. 문화의 세기인 21세기는 바로 이 ‘소프트 파워’가 시대를 주도한다. 이번 한파기간 제주도민들이 보여준 자발적 온정 표출은 제주 ‘시민 소프트 파워’의 한 사례다. 재난 상황 때 지방정부 등이 사회 구성원의 안전을 위해 나서는 것은 본연의 책무다. 여기에 시민들까지 스스로 나서 사회의 어려움에 맞서고, 피해 최소화에 나선다면 그 사회가 더 건강해 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기회에 제주도는 비단 재난 상황만이 아니더라도 ‘시민 소프트 파워’가 언제든지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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