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목장은 지켜야 할 '문화유산'
마을공동목장은 지켜야 할 '문화유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2.21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마을공동목장들이 대규모 개발사업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는 보도(본지 2월 21일자 1면 보도)는 제주 역사의 한 축이 지워져가는 아쉬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제주 바다가 어민들의 근거지였다면 공동목장은 농축산인들의 생활터전이었기 때문이다.

제주도 목장의 역사는 유구하다. 제주일보가 제정한 학술상 수상자인 남도영 교수의 ‘제주도 목장사’에 따르면 고려 현종 16년(1025년) 목감양마법 제정으로 제주국영목장이 제도화됐다. 그리고 조선 세종 11년(1429년)에는 중산간 10개 목장이 국영목장으로 개편됐다. 마을공동목장을 유지하는 제주도 목축 문화는 이렇게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근대적인 목장조합은 일제 시기에 만들어졌다. 1933년 한라산 목야 정리 계획에 따라 리 단위별로 목장조합 설립이 권고되면서 지금의 마을공동목장조합 틀이 갖춰졌다. 처음에 75개로 시작한 제주도의 마을공동목장은 최대 123곳까지 늘어났다. 그 문화적 가치와 정신적 유산은 제대로 평가돼야 하고 전승돼야 마땅하다.

급성장하던 마을공동목장은 1948년 4·3 사건 이후 마을공동체 와해와 맞물려 내리막길을 걸었다. 정부의 상품작물재배 확대 정책과 민간의 골프장, 각종 리조트 개발은 마을공동목장 쇠퇴를 가속화시켰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전체 마을공동목장은 5951㏊에 53곳이다. 2007년에는 7253㏊에 67곳이었는데 1302㏊, 14개소의 마을공동목장이 해체됐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29.8㏊)의 43.7배가 되는 마을공동목장이 불과 10년 만에 사라진 것이다.

마을공동목장 해체의 주원인은 무엇보다 축산업의 쇠퇴다. 그러나 중산간 목장의 경우 각종 개발 사업이 무분별하게 착수되면서 매각되는 까닭이 더 크다. 문제는 마을공동목장들이 제주도가 외부 자본을 유치해 개발 부지로 제공하기 용이한 구조라는 데 있다. 마을공동목장 가운데 국·공유지 비중이 50% 이상인 곳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서 언제든지 대형 자본이 개발을 시도할 수 있는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제주도와 행정시가 마을공동목장과 중산간 보존을 위해 행정 지원과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할 이유다.

또 마을별로는 공동목장 조합원 지위 등 자치규약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마을공동목장이 해체되면 마을의 공동체 문화와 지역의 자연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마을공동목장을 지키는 것은 중산간의 청정자원을 보호하고, 전통문화와 목장의 원형을 보전하는 일이 된다. 동시에 농가의 소득을 보장하고 일자리를 유치하여 농촌공동체가 다시 활기를 되찾는 길이 될 것이다. 제주도와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제주 특유의 역사 문화유산인 마을공동목장을 지키고 더욱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