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4·3 유해발굴 한명의 억울함도 없어야
제주공항 4·3 유해발굴 한명의 억울함도 없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2.21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제주국제공항 내 4·3행방불명인 유해 발굴 사업이 재개된다. 이번 유해 발굴 사업은 제주 4·3 70주년과 맞물려 이뤄지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제주국제공항은 4·3 당시 양민 학살이 이뤄진 대표적 장소다. 10년 전 유해발굴로 382구의 희생자 유해가 확인됐지만 발굴 당시 온전한 유해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과거 제주공항 확장 공사를 하면서 훼손됐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져 묻혔을 거라는 얘기가 나도는 등 그동안 구구한 소문들이 떠돌았다.

일제가 제주 도민들을 강제 동원해 조성한 정뜨르비행장은 지금의 제주국제공항 구역에 포함됐다. 이곳에선 1949년 진압군의 제2차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가 내려진 249명과,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8월 예비검속에서 연행된 한라산 북부지역 주민 500여명이 학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공항 확장 공사를 하면서 4·3 유해로 추정되는 유골들을 공항 밖으로 가져가 매장됐다는 증언 등도 잇따라 제기됐다.

이를 종합하면 제주국제공항 구역에는 아직도 수많은 4·3 희생자들이 70년 넘게 암매장이라는 이름으로 땅속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제주공항 암매장지에 묻힌 행불자 인원은 대략 300명선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와 제주4·3평화 재단은 그동안 제기 된 증언 등을 토대로 제주공항 내 4·3 암매장 장소로 추정되는 곳을 대상으로 우선 지표투과레이더(GPR)조사를 다음 달 중순 시작할 계획이다.

제주4·3평화재단은 GPR 조사를 통해 유해발굴 장소를 구체적으로 정한 뒤 4월 중순부터 시굴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쉬운것만은 아니다. 우선 GPR은 유해와 바위와 분간이 어렵고 지하 2.5m이상 깊이에 대해서는 탐지가 힘들다. 나아가 제주공항의 절대 면적을 차지하는 활주로를 비롯해 활주로 주변 150m 이내에서는 항공기 안전 때문에 시굴조사가 근본적으로 곤란하다. 특히 제주공항은 활주로 등을 건설하면서 최고 7m이상 흙을 덮는 과정을 반복해 깊은 곳에 매장된 유해는 찾기 어렵다.

아무리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억울한 희생자들을 찾는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가운데 하나인 제주 4.3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량 양민 학살이라는 점에서 뼈아픈 과오를 남긴 사건이다. 제주도민들은 이 폭동이라는 굴레에 갇혀 반세기 이상을 숨죽인 채 살아야 했다. 다행히 땅 위에선 특별법이 제정돼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정부 차원의 사과문이 발표됐다. 국가추념일 지정도 이뤄졌다. 그렇지만 아직도 수많은 희생자들이 암매장된 채 땅속에서 통한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제주공항 또한 그중 한곳이다. 단 한명의 억울한 희생도 암매장이라는 이름으로 묻혀있지 않도록 발굴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