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을공동목장이 사라진다
제주 마을공동목장이 사라진다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8.02.2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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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관광개발에 밀려 10년새 1302㏊ 줄어…마을공동체 와해

[제주일보=현봉철 기자] 제주의 마을공동목장들이 대규모 개발사업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중산간마을 주민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마을공동목장이 골프장 등 관광개발사업, 축산업 쇠퇴 등으로 점차 줄어 마을 공동체의 와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전체 마을공동목장은 5951㏊(53곳)으로 2007년 7253㏊(67곳)에 비해 1302㏊(14곳)가 줄어들었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29.8㏊)의 43.7배나 되는 면적이 사라진 셈이다.

또 마을공동목장의 초지는 2007년 4510㏊에서 지난해 3312㏊로 줄어 10년 새 26.6%(11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공동목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넓은 토지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골프장 등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의 표적이 되고 있다.

실제 제주시 조천읍 서김녕마을공동목장의 경우 제주도 소유 토지로 마을에서 임대해 사용했으나 세인트포골프장 부지로 매각됐다.

또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목장도 해비치골프장에 일부가 매각되고, 대정읍 구억목장은 제주국제자유도시(JDC)가 추진한 영어교육도시 개발부지로 편입됐다.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토산목장은 2015년 7월 ㈜부영에 매각됐고, 제주시 용강목장은 지난해 8월 중국의 JS그룹에 매각됐다.

마을공동목장은 제주의 고유한 목축문화를 보여주는 특징으로 고려시대부터 시작해 일제시대 조합이 결성돼 유지돼 왔다. 그러나 골프장과 리조트단지 등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이 이뤄지면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마을공동목장의 감소는 조사료 생산비 상승 등을 유발해 농가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높아 가축농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제주시는 설명했다.

관영목장의 경우 지난해 1100도로 인근에 위치한 제주고등학교의 목장(36㏊)이 폐업, 4곳에서 3곳으로 줄었다. 제주고는 축산과 등 관련 학과 폐지에 따라 현실적으로 목장을 유지하기 힘들어 폐업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 관계자는 “마을공동목장을 해체해 청산금을 나누는 것보다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며 “축산농가의 소득과 연계한 경관사업 등 마을공동목장 특성화 사업을 위해 올해 3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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