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과 취업률
취업과 취업률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2.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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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숙. 제주대학교 패션의류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2018년 1월에도 어김없이 대학별 취업률이 발표되었다. 대학정보공시를 통해 발표된 제주대학교의 올해 취업률은 58.7%로 규모와 성격이 유사한 9개 거점국립대학들 중 3위에 해당한다.

2위의 성과를 올렸던 전년도 취업률 60.2%와 비교하여 1.7% 하락한 것으로 지역사회에서는 걱정과 우려의 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대학정보공시 취업률이 졸업생 모두의 취업 여부를 반영하지는 못한다. 지역사회에서도 취업률 산출은 물론 대학의 취업지원 방향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올해 발표된 취업률은 2017년에 집계된 것으로 2016년 2월 졸업자와 2015년 8월 졸업자가 2016년 12월 말까지 취업하여 건강보험에 가입된 인원만을 의미한다. 즉 집계 시점을 기준으로 전년도 2월 졸업생들과 전전년도 8월 졸업생들만을 대상으로 전년도 12월 말까지 건강보험에 가입되었는지에 따라 취업률을 산출한다.

만일 2016년 2월 졸업생이 2017년 1월에 취업했다면 이 학생의 취업은 취업률에 포함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다음 해 취업률에는 포함되는가? 포함되지 못한다. 다음 해 취업률에서는 2017년 2월 졸업생(2016년 8월 졸업생 포함)들이 그 해 12월 말까지 얼마나 취업했는지를 산출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해진 기간 내에 취업하지 못하고 그 이후에 취업한 경우를 ‘취업률에 나타내거나 반영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허수’가 되었다고 표현한다.

제주대 자체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단과대학 취업률은 전년도 수준을 유지하거나 그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률이 전년도보다 낮은 것은 허수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컨대 임용고시에 합격했지만 12월 말까지 발령을 받지 못한 졸업생들이 많았으며 입사시험에 합격했지만 기업 연수를 마친 다음 해에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허수가 되어버린 취업자들이 많았다.

대학정보공시 취업률은 부분적으로나마 학생들의 취업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대학 간 우열 비교나 학과 통·폐합의 근거로 활용되는 부작용 또한 낳고 있다. 지역거점 국립종합대학교는 지역산업과 학문의 균형 발전을 위해 당장 취업률이 저조하더라도 지역에 필요한 모든 분야의 인재를 육성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할 때 제주대의 취업률은 직업교육중심대학이나 산업특성화대학과는 다른 관점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한편 대학정보공시 취업률에서 취업의 질은 고려되지 않는다. 요즘 학생들은 연봉, 연금, 안정성, 복지, 근무 환경 요인들이 무조건 높고 좋은 것보다 자신의 적성과 역량 및 라이프 스타일에 적합하게 잘 조합된 상태를 선호한다. 즉 누구에게나 좋은 일자리 개념보다 나에게 좋은 일자리 개념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무조건 취업을 유도하기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특성과 역량을 이해하고 자신이 희망하는 삶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삶에서 경제 활동은 어떤 직장 환경과 어떤 직무를 통해 바람직한지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대도 자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진로 역량과 취업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저학년 때부터 적성과 전공에 기반한 교과-비교과 연계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직업적성검사, 진로·취업 관련 교과목, 비교과 취업지원 프로그램, 산업체 특강, 취업 박람회, 기업 탐방, 직무 체험, 현장 실습, 해외 인턴십, 실무 아카데미, 지역특화 전문 인력양성, 평생책임지도교수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제주대학은 2017년 고용노동부의 ‘진로취업지원선도대학’으로 선정되었다.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 사회에 먼저 진출한 선배이자 산업 현장의 실무 교육자다. 취업률 그 자체보다 학생들이 현장 교육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탐색하고 취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진심어린 격려와 진정성있는 지도가 필요하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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