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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이 갖고 온 신화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논설위원
제주일보 | 승인 2018.02.13

[제주일보] 원래부터 사슴 그 자체는 신선의 동물로 여긴다. 머리에 뿔이 난 모습, 옆으로 슬며시 째려보는 눈빛이 그렇다. 몸에 흰 점이 질서정연하게 나 있는 것도 그렇다.

특히 제주 신화에 나오는 흰색의 사슴 백록은 옥황상제, 그리고 선녀들과도 친밀하게 연결이 된다.

하여 영물(靈物)로 취급해 왔다.

제주도의 중앙에 거북이 등처럼 완만하게 솟은 한라산 정상에 백록담(白鹿潭)이 있다.

‘흰 사슴이 신령과 함께 노닐던 연못’이란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범해(梵海) 선사는 시에서 ‘백록담 넘치는 물 동쪽으로 향해 바다로 흘러드는 큰 소리, 온 바위가 시내 되어 천 길의 폭포, 정방의 굴이 되어 만 층의 누대를 이루었네’라고 읊었다.

이것은 백록담에 물이 고여 폭포수의 근원이 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백록에 얽혀진 얘기를 신화로 잠시 한토막 엮어보자.

한 소년이 한라산으로 갔다. 기골이 장대한 장군의 모습이 보였고 둘레에는 붉게 물든 꽃밭이 그림처럼 깔려 있었다.

소년이 그곳으로 걸어가자 갑자기 안개가 자욱해졌다. 사방을 분간할 수 없었다.

더듬더듬 기다가 가시밭쪽으로 데굴데굴 굴러 바위에 쿵 하고 부딪혔다. 피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하얀 피였다.

소년은 몸을 움직여 보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어떤 노랫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그쪽으로 눈을 돌렸다.

하얀 구름이 주변에 가득했다.

구름 사이로 하얀 사슴 뿔이 희미하게 보였다.

꽃사슴이었다. 언젠가 천상에서 봤던 백록이었다. 소년이 일어났다.

백록은 눈을 꿈뻑꿈뻑 하면서 소년을 쳐다봤다.

“천상의 백록 맞아?”

“그렇겠지.”

“이름이 뭔데?”

“그냥 친구라고 해.”

“여기 왜 왔어?”

“선녀나라 구경 시켜줄려고.”

“그런데 몸 색깔이 왜 하얘?”

“흰구름만 먹고 사니까. 백록담의 물도 마셔. 너는 착한 소년이니까 선녀나라에 데려다줄게. 구경 가보지 않을래? 어서 내 등에 올라타.”

소년은 사슴의 등에 올라탔다.

사슴의 날개가 쫙 펴지더니 하늘로 높이 솟아 올랐다.

흰 구름이 몰려오더니 요정들이 나타났다. 잠시후 소년은 요정들과 함께 천상에 도착했다. 연못이 있었고 주변에는 선녀들이 있었다.

“저 선녀들은?”

“백록담의 선녀들이지.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착하게 효도하다 죽고 나니 내가 이리로 데려왔어. 다시 선녀로 환생했지.”

“어떻게 환생하지?”

“옥황상제의 마법으로.”

그곳은 선녀들이 사는 궁이었다.

소년은 백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용머리 해안을 떠올렸다.

선녀 중 용머리 해안에서 만난 어여뿐 소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그 선녀와 잠시 얘기를 나눴다. 백록은 잠시후 소년을 등에 태우더니 백록담으로 데리고 내려갔다.

백록은 한라산의 신화 속에 등장한다. 백록담과 함께 함은 물론이다.

옥황상제, 선녀들을 태우고 하늘을 오고간다.

백록은 좋은 앞날을 안겨다주는 길운을 상징한다.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 건강과 행운을 갔다준다는 의미가 있다.

‘새해 복많이 받읍써 양!’이라는 덕담이 오고가는 설이다.

이럴 때 한라의 신화를 간직한 백록을 생각하며 더 좋은 덕담을 주고 받으며 따뜻하게 건강과 행운을 기원해보는 것은 어떨까.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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