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는 누구의 것인가
토지는 누구의 것인가
  • 제주일보
  • 승인 2018.02.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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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 /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토지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국회와 SBS가 공동으로 실시한 개헌 관련 여론조사에서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61.8%를 기록했다.

공개념 도입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주장하였고, 노태우 정부 시절에도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있다. 토지가 노동의 성과물을 빼앗아가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토지공개념이다.

구약성서 시대 유대인들은 토지는 하느님의 것이고, 인간은 단지 토지를 이용하고 보전할 책임을 위임받았을 뿐이라고 보았다. 토지는 공동체의 것이며, 각자는 그것을 빌려 쓰는 것이라는 사고다. 성경은 토지를 하나님의 것으로 규정하고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레 25:23). 또 사람들이 임의로 분배 받은 토지의 경계표를 이동할 수 없도록(신 19:14), 소유에 대한 욕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지주들은 일하지 않고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혹은 절약하지 않고도 잠자는 가운데도 더 부유해진다. 전 사회의 노력으로부터 발생하는 토지가치의 증가분은 사회에 귀속되어야 하며 소유권을 갖고 있는 개인에게 귀속되어서는 안 된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토지로 발생하는 소득불평등이 창의와 자유를 억압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토지는 인류 역사 그 자체다. 인간은 토지에서 지낼 곳과 먹을 것, 입을 것 등을 얻는다.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피를 흘리는 전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토지가 다른 물건과 같은 재화로 여겨졌고, 부를 축적하고 늘리는 용도로 쓰게 됐다.

조선시대 토지관은 왕토(王土)사상이다. 토지도 하늘 아래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왕의 것이라는 뜻이다. 왕은 토지에서 세금을 걷을 권리를 신하에게 주어 정권을 유지했다. 모든 땅은 소유권을 위임받은 지주도 자신의 땅이라 생각했으며, 이 땅에서 소작하는 농민들도 자기 땅이라고 생각했다. 토지는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토지관이다.

대만은 ‘평균지권(平均地權)’을 헌법에 규정하여 토지공개념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평균지권은 토지는 전 국민 소유이므로 국민이 골고루 보유하고, 특정인이 과도하게 소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스페인 헌법은 투기적인 토지사용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규정했다. 공공기관에 의한 도시계획은 사회적으로 이익을 주는 행위로 이해하고 이에 따른 편익을 각 지역사회가 향유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은 토지 등 부동산의 공평한 분배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토지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전체 토지가격은 국내총생산(GDP)의 4.2배에 이른다. 투기를 막기 위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개발한 것이 더 큰 원인이다.

한국의 토지는 국민의 1%가 절반을 갖고 있다. 재산세 등 보유세는 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고도 토지투기가 근절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땅값은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도 무관치 않다. 젊은이들이 왜 결혼을 하지 않는가? ‘소득이 낮아서’ ‘집이 마련되지 않아서’ 등은 결국 높은 부동산 가격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높은 땅값은 생활비와 생산비용을 압박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

"토지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를 실현하기 위한 이론적, 실천적 작업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적절히 제한해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토지공개념이 반시장적이라고도 주장한다. 부동산 투기는 사회의 전반적인 주거비·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정된 토지를 소수의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면 절대 다수는 최소한의 공간도 점유하지 못하게 된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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