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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판도 '먹방'·'쿡방'이 될 건가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8.02.11

[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우리나라 TV를 ‘먹방’이라고 한다.

먹방(Meokbang)은 ‘먹는 방송’의 줄임말로, 2000년대 후반부터 쓰이기 시작한 신조어다. 처음에는 인터넷 방송에서 방송자가 먹으면서 소통하는 방송이 인기를 끌고, 종합편성 TV 매체 등 방송계 전역에 확산됐다.

영국의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먹방이 인기가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제 문제로 인해 한국인들에게 널리 깔려있는 불안감과 불행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사회가 “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 “먹고 보자 세상”이라는 말같아 보인다.

우리의 먹방은 이렇게 ‘허핑턴 포스트’, ‘월 스트리트 저널’ 등에도 소개됐다. 나아가 이 같은 방송 형식이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먹방의 영어 표기 ‘Meokbang’이 그대로 전세계 유튜버들의 콘텐츠로 재생산되면서 고유 명사화되었다.

▲먹방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자 우리 정치인들도 편승했다. 2012년 대선부터는 먹방이 정치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선거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른바 ‘먹고 보자’ 마켓팅이다.

그 ‘먹방’이 이제 ‘쿡방’으로 진화, 발전했다. 쿡방은 ‘요리하다’는 뜻을 가진 영어 ‘cook’과 ‘방송’의 합성어로 ‘요리하는 방송’을 뜻한다. 쿡방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전문 요리사(셰프)가 출연해 요리하는 방식을 알려주며 방송을 진행하는 정통 요리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여러 명의 요리사가 등장해 요리를 두고 경합을 벌이는 ‘예능성’ 프로그램도 있다.

기자는 세계 여러나라에 여행을 가서 TV 채널을 켜보았는데 이렇게 요리 방송이 우리나라처럼 무진장한 나라가 없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요리사들은 탤런트인지 희극 배우인지 헷갈린다.

▲플라톤은 ‘고르기아스’(Gorgias, 김인곤 역)라는 책에서 정치가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비유를 한다. 정치가의 개념을 의사와 요리사에 비유해서 정리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요리사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데 그 고유의 기능이 있다. 요리가 몸에 좋은지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요즘 웰빙 음식이 화제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현대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지, 요리사의 1차적인 기능이 아니다.

반면 의사의 제1의 기능은 환자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환자가 고통스러워하거나 불쾌감을 표시하더라도 다른 무엇보다 건강 회복 여부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아무리 쓴 음식이라도 건강을 위해서라면 환자들에게 강제로라도 먹여야 한다는 얘기다.

정치가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 요리사가 아니라 바로 이런 의사의 기능이라는 게 플라톤의 주장이다.

다중(多衆)의 표피적 쾌락과 일시적 이해관계에 영합하거나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훌륭하게 기능하도록 헌신하고 그럼으로써 결국 전체 구성원의 행복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플라톤이 살았던 시대나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의사보다 오직 ‘먹방’·‘쿡방’ 요리사의 기능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시민사회의 건강성이나 장기적 이익에 무관심한 채 당장 식탁에서 달콤하게 먹을 수 있는 ‘먹방’·‘쿡방‘에 관심을 갖는 때문이다.

정치가 ‘포퓰리즘’에 매몰된 까닭이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다중을 향해 지금은 쓴 음식을 먹자고 하는 사람은 없고 오로지 일부 시민단체나 종교계 인사들에게 영합하려드는 모습이 안타깝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달콤한 수사(修辭)는 여기저기가 흐드러지고 있다. 제주도의 국책 사업이 흔들리고, 지역의 미래가 걸린 개발 사업들이 표류하고, 원칙없는 정책은 온섬을 택지화하고 있으니….

제주섬이 골병이 들고 있다. 여권이나 야권이나 지금 지방선거 정치판의 후보들을 보라. 인기 탤런트, 희극배우화한 요리사들만 널려 있고, 우리의 아픈 몸을 치료할 참다운 의사가 보이질 않는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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