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2세엑 전하는 모국의 전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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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2.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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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과 이병창 선생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외관.

[제주일보] 내 살던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면 아무래도 제일 먼저 그 곳의 대표적인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게 된다. 내겐 익숙치 않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예술 등을 한 곳에서 함축적으로 느끼고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필자도 여행이나 출장 일정을 잡을 때 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1순위로 놓곤 한다.

지난해 여름 오사카 출장을 갔을 때 그간 빠듯한 일정 탓에 아직 가 보지 못했던 곳을 찾을 기회가 생겼다. 우리나라에서 옛 도자기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필수 코스라는 그 곳,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大阪市立東洋陶瓷美術館). 이 곳의 대표적인 소장품은 대부분 우리네와 중국의 명품 도자기들이다.

이 미술관은 세계적인 우리나라 도자기 수집가였던 아타카 에이치(安宅英一) 선생이 1951년부터 26년간 수집하고 소장했던 우리네 도자기 793점을 포함한 1000여 점을 스미토모(住友)그룹이 인수해서 오사카시에 기증한 것을 계기로 1982년 설립됐다. 그 후 1996~8년에 걸쳐 재일 한국인 이병창(李秉昌.1915-2005) 선생이 평생 모은 우리 도자기 301점과 중국 도자기 50점을 기증하면서 세계적인 우리나라 도자기 소장 기관으로 인정 받고 있다.

이병창 선생이 기증한 백자철지호

그런 곳이라 꼭 가 봐야지 했건만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무더운 날씨를 무릅쓰고 찾은 그 곳에선 ‘헝가리 명요(名窯) 헤렌드(Herend)’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 특별전도 의미 있는 전시지만 우리네 옛 어른들의 솜씨에 더 관심이 있는 필자에겐 아쉽기만 했다. 벼르고 별러서 찾아왔건만....

특별전의 영향으로 우리네와 중국 명품 도자기 300여 점이 전시되는 상설전의 규모는 평소보다 많이 축소되었기에 필자로서는 아쉬움이 많은 관람이었다. 원래 박물관에 가면 직접 보고 느끼는 데 집중하고 전시 도록은 가급적이면 사지 말자는 주의였지만 이번엔 예외로 했다.

‘동양도자의 미(東洋陶磁の美)’(2014)라는 제목의 도록에는 미술관을 대표하는 동양 3국의 도자기 170점(우리네 80점)이 수록돼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도자기 전문 미술관이기에 하나 하나 명품이 아닌 것이 없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이 도록에 소개된 이병창 선생의 소장품은 8점 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선생이 평생 수집한 소장품을 일본에 있는 미술관에 기증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아쉬워했고 심지어는 선생의 의도를 의심하기도 했다. 왜 그런 결정을 하셨을까. 그 해답은 미술관에서 1999년 기념전을 하면서 발간한 도록 ‘우아한 색 순박한 형태-이병창 컬렉션 한국도자의 미’의 서문에 있다.

‘동양도자의 미(東洋陶磁の美·2014)’ 앞표지.

“고국을 떠나 살고 있는 한국인 2, 3세 여러분도, 긴 전통과 풍요로운 역사, 문화의 모국을 자랑으로 용기를 가지고 밝은 신세기를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단기 4332년 이병창”

지난해 여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연말에 다시 찾은 미술관에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관람객들이 다들 나지막히 탄성을 내며 우리 도자기를 감상하는 것을 보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네 도자기들이 귀향(歸鄕)을 못한 것은 못내 아쉬운 일이지만, 선생의 선택이 옳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심하지 말자. 1999년에도 단기(檀紀)를 쓰셨던 선생이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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