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구릉 위로 떠오른 붉은 태양에 소망을 담다
모래구릉 위로 떠오른 붉은 태양에 소망을 담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2.0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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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29)역사적 도시 품은 서부 인도를 찾아서<2>-라자스탄 타르사막의 일출·일몰
밤새 거친 바람이 몰아치더니 아침이 되자 타르사막에 평화가 찾아온 듯 고요하다. 사막 너머로 붉은 해가 떠오르는데 마침 낙타를 탄 노인이 능선 위를 지나가는 행운을 맞았다.

[제주일보] 내 생애에 가장 긴 기차여행이었습니다. 장장 24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달려온 황금빛 도시 자이살메르, 언덕에 거대한 성(城)이 눈길을 끌지만 오늘은 사막에서 1박할 예정으로 다시 라자스탄 타르사막(죽음의 거주지)으로 향하고 있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지금껏 보아온 모습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군요.

1시간을 달려 찾아온 사막은 엄청 넓지만 모래 구릉이 내몽골 바단지린 사막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관광객들이 모여 앉아 일몰을 기다리고 있는데 주변으로는 캠프촌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파키스탄과 국경지대로 지금 한창 전쟁 중 이라는데 이곳은 천하태평이라 이해를 할 수 없군요. 일몰 풍경이 얼마나 장관이기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기다리고 있을까, 잔뜩 기대를 했지만 일몰의 순간은 제주에서 본 일몰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습니다. 외국에 와서 이런 비교를 하는 것은 안됐지만 역시 바다에서 뜨고 지는 해의 모습이 장관이란 것을 느끼고 있답니다.

사막 주변 관광객들을 위한 캠프에서 밤이면 민속공연을 한다.

사막 주변 캠프촌에서 인도 전통 민속공연을 관람하는데 밤이고 사막이어서인지 무척 쌀쌀합니다. 관람하는 인도사람들은 하나같이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군요. 저녁에는 하늘에서 끝도 없이 펼쳐지는 별들이 장관이라는데 날씨 때문인지 그야말로 별 볼일 없었지요.

밤새 텐트가 날아 갈 것 같은 바람이 불어 밤잠을 설쳤으나 어제 기차에서 너무 오래 자서인지 별로 피곤을 못 느끼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다시 사막으로 향했습니다. 사막에는 언제 나왔는지 많은 사람들이 모래구릉에 올라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군요.

나만 부지런한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나만 못한 사람 아무도 없다’는 옛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담요를 뒤집어쓴 사람, 두툼한 방한복을 입은 사람,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여앉아 해가 떠오기를 기다리는데 과연 사막의 일출은 어떤 모습일까요.

타르사막 일몰이 장관이어서 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앉아 일몰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기다리는데 멀리 낙타를 타고 걸어오는 사람이 보입니다. 하늘이 붉게 물들어 오자 속으론 ‘조금만 더 빨리 오면 기막힌 장면이 될 텐데’하고 발만 동동 굴리는데 잠시 후 둥근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낙타를 탄 노인이 뚜벅뚜벅 걸어오는 것이 아닙니까. 나의 소망이 통한 것일까요.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지요.

처음으로 사막에서 이렇게 기막힌 일출의 순간을 찍을 수 있었다는 것은 감격이었습니다. 해가 떠오를 그 순간에 낙타를 탄 사람이 어떻게 그 곳으로 지나갈 수 있었을까. 누가 연출을 안 하고는 만날 수 없는 그야말로 결정적인 순간이 저에게 닥쳤으니 얼마나 큰 행운입니까. 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습니다.

오늘은 황금빛 고성 자이살메르에서 1박을 할 예정이라는 군요. 가는 도중 이 지역 원주민들이 사는 집을 잠깐 들러 보았습니다. 흙으로 지은 집은 마치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집 모양이군요.

여기에 아이들이 어디 있다 왔는지 어린 애기를 업고와 돈을 조금 달라고 손을 내밉니다. 인도 어느 곳을 가나 이런 어른이나 아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지만 이 시골, 그것도 사막지대에서 만나니 더욱 안타깝습니다. 얼마 안되는 돈을 주고는 얼른 자리를 떠야겠군요.

1367년에 만들어진 인공호수 가디사가르는 마하라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었던 한 거리의 여인이 세웠다고 한다.

자이살메르 시내에 도착해 라자스탄 왕족의 저택 살림 싱키 하벨리와 인공호수 가디사가르를 돌아보는데 나이가 지긋한 장님 부부가 길거리에 앉아 악기를 연주하며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같이 가던 현지 가이드가 인도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수 없이 만나며 그때 마다 줄 수 없으니 모른 체하고 지나가야 한답니다. 호주머니에서 잔돈을 잡고 있다가 말을 듣고 그냥 돌아 섰습니다.

시내를 돌아본 후 숙소인 자이살메르 성으로 향했는데 골목길을 돌고 돌아 가파른 성 입구에 도착하니 이제부터는 걸어가야 한다는 군요.

성 주변 거리에는 각가지 길거리 상인들이 꽉 들어차 마치 시장을 방불케 합니다. 성안에 있는 숙소까지 가는 길이 꽤 가팔라서 짐을 끌고 올라갈려니 숨을 헉헉거리고 있습니다.

성안으로 들어서자 옛 주요 건물들은 박물관으로 만들고 부속건물들을 개조해 숙소나 상가로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내일 이 성과 일대를 돌아볼 예정입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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