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편법과 꼼수', 이대론 안 된다
최저임금 '편법과 꼼수', 이대론 안 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2.0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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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노사 간의 입장 차이는 크다. 노동계는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을 인상한 것을 환영하고 있지만 사용자 측은 최근 수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생산성 증가율의 2배에 가까워 중소기업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 최저임금 인상을 시행한 후의 일이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지난해 6470원보다 16.4% 올라 7530원이 되면서 제주도내 각 사업장에서 노동자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려는 편법과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일보 보도에 따르면 제주지역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A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급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점심 시간이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어나고, 출·퇴근 시간 조정으로 오히려 근무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받는 돈이 달라진 것 없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A씨는 2시간 점심 시간에도 입주민들이 찿으면 현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데 근무 외 시간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동의가 없는 임금·휴게 시간 조정은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탈법·위법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또 인근 아파트 경비원들과 청소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아예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해고됐다는 것이다. 편법과 꼼수가 이런 것만이 아니다. 각종 수당을 최저 임금에 포함시키거나 식대·교통비를 삭감해 임금 총액을 전년과 비슷하게 유지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어쩌면 제도와 법을 따질 문제가 아닌 양면성을 갖고 있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경제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심각한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각 사업장의 최저임금과 관련한 편법과 꼼수를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 이유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소득 격차를 해소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지금도 최저임금(월 157만3770원)은 최저 생계비(기준중위소득, 1인 가구 월 167만2105원)에 비해 낮은 상태다.

하지만 대통령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추진이 예상 밖의 후유증을 낳고 있다. 2020년에 1만원 실현을 위해선 내년과 내후년에도 각 15% 이상의 인상률 적용이 불가피한데, 일이 이렇게 되면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편법과 꼼수가 아니라 온갖 해괴한 일이 다 일어날 지 모른다. 최저임금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위해 논의와 검토가 긴요해 보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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