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용 시설물 이력 관리
다중이용 시설물 이력 관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2.0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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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제주일보] 요즘 들어 우리 사회에는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일어난 화재(火災)나 사고 등으로 인한 대형 참사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일이 터지고 난 후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불법증축이나 시설 미비 등의 문제점들이 속속 들어나고 있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건물이나 시설물 등에 대해서는 튼튼하거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믿음을 전제로 하는데, 사고가 날 때마다 그것이 무참하게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불법 증·개축이나 부실 시공 등으로 발생하는 사고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나 단체의 일처리에만 사용자 개개인의 안전을 맡기기 어려운 상황으로 되고 말았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언제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용자들이 힘을 합쳐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용자 개개인이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물이나 건물 등에 대한 이력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여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축물 생애이력 관리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지역과 주소, 건축물 명칭 등을 입력하면 그 시설물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준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대도시와 일부 지자체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모든 다중 이용 시설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점, 둘째, 관리 시스템이기 때문에 소유자나 건축 통계 등 관리자 중심으로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 점이다. 이 정보들은 관리자에게 필요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 시스템에서 이력을 조회해 본다 하더라도 정보 자체가 너무 전문적이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어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다중이용 시설물 이력 제도는 해당 시설물이 얼마나 안전한지, 사용하는 데에 문제는 없는지 등에 대한 정보다. 건축과 증·개축은 어떤 방법으로 언제 했으며, 안전 대피 시설의 규모와 사용 방법 등에 대한 쉽고 상세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물 생애 이력 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건축물 혹은 시설물 생애 이력 시스템으로 만들어 사용자의 입장에서 쉽고 편리하게 알고 싶어하는 정보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에게 유익하고 필요한 정보 시스템을 구축한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건물 주소나 명칭을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스마트폰 앱을 실행한 후 입력하여 검색해야 하는 방식은 매우 느리고 불편하여 일반인들이 활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다중 이용 시설물에 대해서는 법에 의해 의무적으로 사용자에게 자동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

즉, 다중이용 시설물의 정문 입구나 사용자의 눈에 잘 보이는 장소에 이력에 대한 정보를 담은 QR코드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여 스마트폰을 갖다 대기만 하면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내용들을 보여주거나 들려줄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한 번 나면 대형 사고로 번질 수밖에 없는 다중 이용 시설물에는 이런 이력 시스템을 갖추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관리·감독한다면 건축주나 소유주는 시설물을 부실하게 짓거나 관리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는 자신이 이용하려고 하는 시설물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됨으로써 안전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농축산물 이력 시스템을 아주 훌륭하게 시행해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제도적·법적 장치가 마련되기만 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안전한 시설물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보호하는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런 제도적 장치들을 촘촘히 갖추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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