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몰아친 한파, 주변을 살펴볼 때
제주에 몰아친 한파, 주변을 살펴볼 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2.05 1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소한(小寒) 대한(大寒), 그리고 입춘(立春)이 지났지만 동장군(冬將軍)의 맹위가 무섭다. 대설주의보와 대설특보가 이어지면서 온 섬이 꽁꽁 얼어붙었다. 그야말로 백색의 겨울왕국을 방불케한다. 폭설로 인한 눈길 교통사고로 택시와 버스 승객들이 다치고 등반객이 고립되는가 하면 동파 사고 등이 잇따르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대형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예년에 보기 어려운 강추위로 크고 작은 피해가 늘고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기르는 시설 채소가 냉해를 입는 일이 속출하고 보온이 덜 된 축사에선 가축들이 동해를 받아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져 간다. 계량기가 얼어붙어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주택이 속출하는가 하면 일부 공동주택은 난방 보일러를 돌리지 못하는 불편이 뒤따르고 있다.

기상청 예보대로라면 오늘(6일)까지 눈이 내리는 등 당분간 추운 날씨가 계속되다가 오는 9일부터 평년 기온을 회복할 것이라고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바람과 폭설로 ‘좋음’ 수준으로 바뀐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라니냐 영향과 찬 대륙고기압의 확장으로 앞으로도 추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3월 기간에 다시 도내에 대설 또는 폭설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날씨가 풀리기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한파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우선이다. 서둘러 비닐하우스의 보온을 보완해주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지역사회 저변층의 월동 상태를 점검해서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돌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방안을 강구하는 등 대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 너무 추운 나머지 불을 가까이 하다 보면 화재 확률도 배가된다. 소방당국이 비상시를 대비하고 있을 터이지만 24시간 깨어있는 자세로 귀를 열어 즉각 출동에 지장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오름이나 올레길 등 산불에 대한 경각심도 마찬가지다. 화기 단속과 함께 특단의 경계심이 요청된다. 한파가 단순한 기온 변화가 아닌 자연 재해라는 인식을 갖고 현장을 챙겨야 하는 이유다.

이제 기후변화로 인한 한파가 제주지역도 예외가 아닌 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상시 대비책을 철저하게 세워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한파의 위세가 꺾이지 않게 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건강 문제일 것이다. 개인의 자구적 노력이 우선이라지만 어린이나 노약자계층은 만연하고 있는 겨울 독감으로부터 안전치 못하다. 보건당국의 중단없는 활동과 대민 안전 대책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파 속 의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어려운 시민은 없는지,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된 이웃은 없는지 살펴 보아야 한다. 이런 한파에 우리 사회가 이웃을 생각하고 온정을 나누는 건강한 시민의식이 살아있음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날씨 따위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