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지킬만한 가치가 있다"
"세상은 지킬만한 가치가 있다"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8.02.01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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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브래드 피트, 모건 브리먼,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세븐'
7대 죄악을 모티브로 한 연쇄 살인을 다룬 스릴러
세븐 영화 스틸컷

[제주일보=이승현 기자] '탐식, 탐욕, 교만, 정욕, 나태, 시기, 그리고 분노' 성서에 나오는 인간의 7가지 죄악이다.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금 사회는 어떠한가? 눈으로 목격한 죄들을 어쩔 수 없다고 눈감은 적이 없는가?

은퇴를 일주일 앞둔 형사 서머셋(모건 프리먼)은 그의 후임으로 부임하게 될 신참내기 밀스(브래드 피트)와 파트너가 된다.

다음날, 누군가의 협박으로 강제로 음식을 먹다가 죽은 사내의 사체가 발견되고 연이어 유명 변호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살해당한다. 사건 현장에는 각각 '탐식', '탐욕'이라는 범인의 메시지가 발견되고 서머셋과 밀스는 이 연쇄살인을 추적한다.

살인 사건이 이어지던 어느 날, 자신이 범인이라며 직접 경찰서에 나타난 존 도우(케빈 스페이시)는 두 형사에게 나머지 시체를 찾아 자신과 함께 길을 나설 것을 제의한다.

7대 죄악을 모티브로 한 연쇄 살인을 다룬 스릴러영화 세븐(1995년 개봉)은 300만불의 적은 예산으로 3억불이 넘는 흥행을 거둔 데이빗 핀처 감독의 2번째 장편 상업영화다.

스릴러의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답게 어두운 영상미와 혁신적인 스토리로 제6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편집상, 제17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남우주연상 등 전 세계 31개 시상식 60개 부문 노미네이트 및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이다.

형사영화 특유의 캐미, 화끈한 액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극적인 요소는 없지만 영화 속 살인자의 정서를 압축해 보여주는 오프닝 시퀸스를 통해 긴장감을 선사한다. 배경이 된 가상의 도시 또한 시종일관 비가 내리고, 범죄가 끊이지 않는 모습을 통해 일상에 만연한 타락과 공포를 보여준다.

영화 속 범인은 자신을 순교자로 생각하고 사악한 자에게 내리는 심판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교훈으로 남고자 한다.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범죄 소굴에 들어온 밀스는 결국 범인의 함정에 빠져 처절한 실패를 겪는다.

반면 무관심만이 유일한 답이던 도시에서 멀리 벗어나고 싶어 하던 서머셋은 밀스와 함께하며 범죄를 눈 앞으로 마주한다. 현실을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제대로 마주보며 싸우는 의미를 찾게 된 것이다.

영화 세븐의 도시는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흔하다는 이유만으로 눈감아주면서 잘못된 것들이 일상을 차지해 버렸다.

수 많은 제주의 청년들이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청춘을 소모하고 있으며 제주에서 살아온 중장년층 역시 가진 자들의 횡포 속에서 부조리를 견뎌오고 있다.

이러한 사회상을 지적하는 많은 외침에도 무관심 속에 묻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멋진 곳이고 싸워서 지킬만한 가치가 있다. 나는 그 뒷문장에 동의한다"는 서머셋의 말 처럼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제주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승현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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