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가면 아마 나오기 힘들 것"…신비로운 인도 '기대감'
"세 번 가면 아마 나오기 힘들 것"…신비로운 인도 '기대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2.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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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시아 문명의 원천 신들의 나라 인도를 걷다
(27)역사적 도시 품은 서부 인도를 찾아서<1>-‘자이살메르’를 향해
수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인도 델리에 도착한 후 하루를 보내고 나서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이 ‘찬드니 초크’ 재래시장이다. 제주지역의의 민속오일시장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제주일보] ‘오지기행’ 연재를 시작하면서 이런 글을 썼었죠. 몽골을 거쳐 티벳, 그리고 인도로 가는 것이 제 생애에 꼭 가보고 싶은 여행코스라고요. 그러면서 몽골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다 보니 일정에 차질이 생겨 티벳을 가보지도 못하고 바로 네팔을 거쳐 인도를 가게 됐다고 기행문을 시작했었습니다.

오지기행은 티벳을 먼저 연재했지만 여행은 인도가 먼저였습니다.

인도를 다녀온 어느 분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인도를 세 번 가면 아마도 인도에서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그 말을 듣고 저는 ‘얼마나 신비스러웠으면 저런 말을 할까’하고 속으로 생각했답니다.

경주 문화연구모임인 ‘화백회’ 팀과 함께 역사적 도시가 있는 인도 서부 라자스탄 지역을 13일간 답사하는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인도여행을 준비하면서 한 달 동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인도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지요. 먼저 인도를 다녀온 분들에게 경험담을 듣는 등 한참 동안 수선을 떤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료를 챙겨 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너무 자료에 의존하면 내 여행이 아닌 남이 다녀온 여행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물론 남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지만 저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너무 자료에 의존하지 말고 현지에서 부딪혀 보자는 생각에 지금껏 준비한 수많은 자료를 놓아두고 기본적인 자료만 챙겼습니다.

다시 먼 길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집식구한테는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라는 멋쩍은 말을 하고는 서울을 향했습니다. 서울에서 작은 딸 경리를 만났는데 “아버지 시대의 영화를 보고 가세요”라고 해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하고 다음 날 인도로 출발했습니다.

4시간을 비행해 홍콩에 도착하고 1시간을 기다렸다가 오후 8시20분 인도 델리행 비행기를 타 새벽 1시30분 델리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수속을 마치는데 2시간 남짓 걸려 숙소에 도착하니 새벽 4시가 넘었습니다. 현지 비자를 받아야 하는 데 일일이 손으로 쓰다 보니 늦을 수밖에요. 아이티강국이라는 인도의 또 다른 모습이네요. 인도의 첫날밤. 설렘이 가득해 잠을 설쳤습니다.

찬드니 초크 재래시장 한켠에서 두 명의 인도 여성이 빙과류를 정답게 나눠 먹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인도여행을 시작합니다. 라자스탄으로 가는 기차 시간이 저녁이라 먼저 인도 최대 힌두사원을 들릴까 했는데 행사 관계로 힘들 것 같아 주변 민속시장을 돌아본 후 짐을 챙겨 델리 기차역으로 갔습니다.

델리 기차역도 중국의 기차역처럼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군요. 발 디딜 틈이 없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인도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며 한참을 기다리는데 기차가 2시간 지연됐다는군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어 대합실은 앉을 자리는 고사하고 서 있기도 힘든 지경입니다.

대합실 바닥에 앉아 기다리는데 기차가 또 2시간 지연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누구 한 사람 불평을 하지 않는군요. 우주선을 쏘아 올린다는 인도의 또 다른 모습이네요. 찬란한 문화를 가진 나라 인도. 이 나라에 와서 이런 체험을 통해 인내심을 배운다고 합니다.

자이살메르까지 밤새 달리던 기차가 중간지점에 멈춰서자 이용객들이 잠시 내려 간식을 사서 먹고 있다.

첫 목적지인 ‘황금빛 도시’ 자이살메르까지는 기차로 18시간이 걸린답니다. 예정대로 간다면 내일 오후 4시에나 도착한다는군요.

북적임 속에도 시간은 지나고 마침내 기차가 도착을 했습니다. 서로 먼저 타려고 사람들이 몰려 들어 난리가 아닙니다. 침대칸은 지정좌석이지만 입석은 하루 종일 서서 가거나 어느 구석진 곳에서 새우잠을 자야하기 때문에 이렇게 먼저 타려고 달려가는 것이라네요.

또 이곳에 정차하는 시간이 짧아 잘못하면 기차를 놓치는 경우도 많아 힘들지만 바쁘게 타야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기차를 탈 때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뛰어다닌 적이 있었다지만 제주 사람들은 기차를 자주 접해본 일이 없어서 타는 데 서투른 감이 있습니다.

어렵게 기차에 오르자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출발을 하는군요. 밤새 덜컹거리는 기차 속에서 어떻게 잠을 잤는지 일어나 보니 새벽 3시인데 앞으로 9시간을 더 가야 한답니다.

종착지에 도착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사막으로 이동하면서 본 황금빛 고성 ‘자이살메르 포트’(오른쪽).

창밖에 비친 인도 모습은 여느 곳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평원에 양떼들, 가끔씩 보이는 마을들도 그저 그렇습니다.

밤중에는 화장실 문을 닫아 버려 불편함이 크군요. 또 끓인 물을 구할 수 없어 하루 종일 밥 한 끼 못 먹고 있습니다.

타르사막지대를 한없이 달리고 있는데 멀리서 먼지를 일으키며 탱크 수십대가 달려가는군요.

‘무슨 일이지’하고 서로 쳐다보고 있는데 한 일행이 파키스탄과 카슈미르 부근 국경에서 전쟁이 일어나 군대가 이동하는 것이랍니다. 스마트폰을 보니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이 지역 전쟁으로 위험하니 빨리 대피 하라’는 문자메시지가 와 있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군요. 탱크와 군부대가 이동을 하고 있으나 인도 사람들은 전혀 걱정하는 눈빛이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라는군요.

24시간을 달려온 기차가 마침내 종점에 도착하니 멀리 황금빛 도시라는 자이살메르가 보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라자스탄지역 탐방을 시작합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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