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의 소농, 예술과 더불어 노닐다
팔순의 소농, 예술과 더불어 노닐다
  • 신정익 기자
  • 승인 2018.02.0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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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농 오문복 유예전’ 7~13일 문예회관서 개최…소농 작품 시서화 136점 전시

[제주일보=신정익 기자] 제주의 대표적인 유학자이자 향토사학자인 소농(素農) 오문복 선생의 시‧서‧화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예전(遊藝展)이 열린다.

올해 팔순을 맞는 소농 선생의 제자들이 스승이 추구하는 고담한 시서화의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마련한 전시회다. ‘유예’는 예술과 더불어 노니는 경지를 말한다.

유예전은 오는 7일부터 13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리며 개막행사는 7일 오후 5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율곡 이이의 ‘고산구곡가’, 고운 최치원의 ‘제가야산독서당’, 포은 정몽주의 ‘봉래각’, 길재 야은의 ‘술지’, 화담 서경덕의 ‘산유’,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호곡장’ 등 유명 고전으로 꼽히는 명시들이 해서와 행서‧예서‧초서 등 다양한 서체와 문인화를 곁들인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작품 형식은 권(두루마리)과 축(족자), 선면(부채), 병장(병풍) 등으로 모두 136점이 출품됐다.

소농 선생은 성산읍 신풍리에서 태어나 일찍이 의제 허백련과 소암 현중화 선생의 문하에서 묵향을 전수받았고, 춘산 이상학 선생에게서 정통유학을 이어받았다.

정의향교 전교를 지냈으며 제주향교 등지에서 한문서당을 운영하면서 ‘논의’와 ‘대학’ 등을 강의했다.

‘백록담(白鹿潭)’ 등 창작 한시집과 ‘풍천약사’와 ‘제주도명승’ 등 저서가 있다.

특히 주경야독의 철학으로 제주 관련 고문헌 자료를 발굴, 국역으로 발간해 제주학이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기여했다.

특히 2009년에는 국립제주박물관에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소암 선생의 작품 100점을 기증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제주관련 문헌 및 문화재 967점과 연하장 66점 등을 제주교육박물관에 기증했다.

안병택의 ‘부해문집’을 비롯해 김두봉의 ‘제주도실기’, 김형식의 ‘혁암산고’, 김희돈의 ‘수은문집’ 등이 대표적 역서로 꼽힌다.

경상대 명예교수인 허권수 박사는 소농의 시서화에 대해 “소농에게 붓은 여기(餘技)를 넘어 수신(修身)의 한 방법이었다. 배우기를 싫증내지 않고, 사람을 가르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말에 해당되는 분이 소농이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세상에 소농 같은 학인과 예인이 점점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런 뒤에야 이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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