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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역습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8.02.01

[제주일보=정흥남 기자] 외국의 스포츠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입장에서 선뜻 이해되지 않은 모습들을 곧잘 보게 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상대 선수의 머리 뒷부분을 툭 치는 행위다.

축구경기에서 종종 나오는 이 모습은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사과할 때 나오는 일종의 제스처다. 당초 어색하게 여겨졌던 이 모습은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사과하는 좋은 모습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런데 이게 우리 사회에선 용납되기 어려운 행위의 하나가 된다. 상대방의 뒷머리를 의도적으로 건드리거나 손으로 툭 치는 행위는 상대방에 대한 모독 또는 멸시의 제스처가 된다. 따라서 상대의 뒤통수를 치는 행위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금기시된다.

‘뒤통수’. 단어의 의미는 ‘머리의 뒷부분’을 뜻한다. 그런데 ‘뒤통수 맞다’라는 단어가 되면 뜻이 배신이나 배반을 당하다는 의미가 된다.

제주도가 추진해 온 양돈장 악취관리지정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막판 양돈업계의 대규모 민원 때문이다. 도내 양돈농가 뿐만 아니라 타지방 관련단체·업체들까지 정책 흔들기에 가세했다. 500건에 육박하는 악취관리지역 지정 유보 또는 재검토 민원이 제주도에 제출됐다. 아무리 배짱이 큰 제주도정이라고 하지만, 이처럼 많은 반대 민원 앞 엔 움찔거리지 않을 수 없다.

‘졸렬한 압박’에 굴복이다.

#양돈폐수 불법배출 잇단 실형

제주도는 지난 1월 중순 ‘악취관리지역 지정계획'수립에 따른 지역별 설명회를 가졌다. 제주에서 양돈장이 가장 많은 한림을 시작으로 서귀포까지 이어졌다.

이 설명회는 악취발생이 심한 96곳의 양돈장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유와 목적 등을 지역주민과 이해 당사자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종의 요식행위다.

제주도는 설명회를 마친 뒤 지난달 중 악취관리지역 고시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이를 토대로 악취 없는 양돈장과 지역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복안이었다. 그런데 그게 틀어졌다.

악취관리지역 지정에 따른 접수민원 479건 중 99.6%인 477건이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유보하거나 재검토해달라는 의견이다. 사실상 정책에 반기를 든 셈이다. 반대 민원에는 타지방에 소재한 대한한돈협회와 경기·강원·경북·전복·충북·충남도협의회까지 거들었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달 중순 돼지 분뇨를 숨골 등으로 불법 배출한 혐의로 법정에 선 양돈업자들에게 줄줄이 실형을 선고했다. 1차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수사과정에서 설령 구속이 된다 하더라도 대부분 원상회복 등의 이행조건을 내세워 형집행유예가 선고 됐다.

실형 선고는 그만큼 사법부 또한 양돈장에서 야기되는 불법행위가 제주라는 공동체 파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짜 맞춘 듯한 반대 민원

법정에 선 피고인들은 직접적으로 실정법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지만, 한편에서 보면 폐수 불법배출에 버금가는 나쁜 행위가 도민 및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축산악취다. 1년에 수백건에 이르는 양돈장 악취 민원은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참다못한 양돈장 인근 주민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까지 양돈장 악취에 저항했다.

그런데 농가와 심지어 관련 단체들까지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이에 와 짜 맞춘 듯 유예 또는 재검토라는 정책반대 소리를 냈다.

제주양돈업의 ‘호시절’은 결코 저절로 온 게 아니다. 제주의 청정자산이 원동력이다. 제주의 청정지하수를 먹이고 청정환경 아래서 키워진 돼지이기에 ‘명품 제주 흑돼지’가 됐다.

지금의 제주 청정자산은 다수의 선량한 도민들이 애쓰고 희생하면서 일궈낸 결과물이다. 그런데도 제주의 적지 않은 양돈농장은 그동안 이들에 감사하기는커녕 오히려 개인의 이득에 눈이 멀어 착하고 선량한 이웃들의 인상을 찡그리게 하고, 심지어 이웃의 안방 창문조차 열지 못하게 했다. 배은망덕이다.

그러고는 이제 와서 더 시간을 더 달라, 재검토 해 달라고 말한다.

제주가 뒤통수 맞았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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