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에
별 헤는 밤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1.3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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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미국 앨라배마대학교 커뮤니케이션정보대 부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밤이 맑다. 별을 헨다. 인구 15만 남짓 작은 학교 도시. 외진 곳에 자리 잡은 집. 미세먼지가 뜬금없이 밤손님으로 찾아들 일 없어 별밤 지기는 쉽다.

시인 윤동주는 ‘아름다운 말 한마디 씩’ 부르며 ‘가슴 속에 하나 둘’ 별을 새겼고, 제주에 계신 팔순 노모는 ‘나 죽으면 별이 되고 싶다’ 하신다.

‘별을 따다 그대 가슴에 가득 드리리’ 속삭이듯 아득한 허언이 외려 숭고한 것도 불가능의 역설이다. 달 밖을 넘어 다른 별에 가본 우주인은 아직 없다. 그 별 오늘도 진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의 명저 ‘대우주(Cosmos)’에서 만난 별은 단지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덩어리였다. 별 안에서는 쉴 새 없이 핵융합이 일어나고 엄청난 에너지와 빛을 뿜어낸다.

별들의 표면 온도는 대략 섭씨 2000도에서 5000도 사이다. 태양의 뜨겁기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 별에서 ‘어린 왕자’가 살기는 어렵겠다.

별과 행성으로 이루어진 우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셈법으로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하다.

지구와 달, 태양 등이 자리 잡은 은하수(Milky Way)에는 2000억개의 별이 있고, 은하수 몸집만한 갤럭시가 다시 2000억개가 있다고 천문학자들은 관찰하고 있다.

은하수를 넘어 다른 갤럭시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빛의 속도로 달음박질 해도 만년 정도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주는 시공을 초월한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은하수 변방에 ‘점’ 하나 크기로 매달려 초라하다. 외롭다. 억겁의 시간을 거슬러보면 지구는 흙과 물과 공기만으로 황량하고 까마득했을 게다.

그 곳에 생명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나무가 자라고 공룡이 지배하던 시기도 거쳤다. 본능에서 사고 능력까지 진화한 인간은 다른 동물과 차별화됐고, 도구를 만들고 문명을 이룬다. 이제 195개 나라를 이루고 7000개 가까운 언어로 76억명의 사람들이 소통하는 행성으로 탈바꿈했다.

칼 세이건은 묻는다. ‘지구를 위해 누가 나설 것인가?(Who Speak for Eart h?)’ 밖으로는 나라를 위해, 민족을 위해 무기 경쟁을 하고 전쟁을 일으키며 강퍅한 난장이 된다.

안으로는 정파를 위해, 지역을 위해 악다구니를 쓰며 그악스럽다.

인종으로 차별하고 종교로 적대시한다. 정작 인류와 지구를 거론하는 이는 드물다.

핵전쟁 위험은 말할 것도 없다. 어렴풋한 두려움으로부터 핵전쟁의 결과를 자초지종 알게 되면 공포다. 과학자들의 경고는 공룡의 종말에 버금간다.

이제껏 과학의 증거로는 드넓은 우주에서 생명체가 있는 행성은 지구가 유일하다. 들숨과 날숨이 자유로운 터.

영국 BBC에서 제작한 자연 다큐멘터리 ‘행성 지구(Planet Earth)’에서 펼쳐지는 생명체들의 치열한 삶과 경외를 넘어선 자연의 아름다움은 달에서도, 화성에서도, 목성에서도, 다른 어떤 별에서도 아직 찾을 수 없다.

영원히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구는 소중하다.

“무사! 요즘 집에 무슨 일 이서?”

지구라는 어쩌면 막연한 화두를 꺼낸 이에게 되돌아올 빈정거림이 떠올라 겸연쩍다.

세상사 먹고 살기 힘든데 별과 우주 얘기가 뜬금없기도 하겠다. 따져보면 별과 우주는 우리 가까이 있다.

거르면 허전할 세라 챙겨 읽는 신문 지면의 오늘의 운세나 연말연시면 문전성시인 점집에서 풀어주는 너와 나의 운명도 별자리와 우주 이치에 근거한다.

천문학과 점성술의 차이는 ‘차고 넘치는’ 증거의 여부다.

천문학자(astronomer)와 미식가(gas tronomer)의 차이는 알파벳 ‘g’ 하나다. 다금바리 회 한 젓가락 입에 살짝 얹어 놓고 소주로 축이는 감칠맛을 아는 섬사람은 이미 천문학자 깜냥이다. 별똥별 하나 떨어진다. 지구의 안녕을 위해 소원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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