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 정책, 사람(청년)이 먼저다
청년 고용 정책, 사람(청년)이 먼저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1.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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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호. 제주연구원 연구위원/논설위원

[제주일보] 대통령이, 도지사가 그렇게 강조해도 답을 내놓지 못하는 걸 보면 ‘청년 일자리’ 문제가 어렵긴 어려운 문제인가 보다. 풀기 어려운 문제일수록 문제를 정확히 이해해보라고 하지 않았나. ‘청년 일자리 문제’는 구체적으로 ‘청년 일자리가 없다’가 아니라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에서는 구인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청년들의 선호 또는 수요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청년 고용 정책의 방향은 ‘기업이 원하는 노동력 공급’이 아니라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 창출’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고용 정책은 ‘청년 수요’가 아니라 ‘기업 수요’에 초점을 맞추어서 설계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년 취업 지원 희망 프로젝트’를 보자. ‘청년 취업 지원 희망 프로젝트’는 청년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인건비 일부(2년간 월 40~60만원)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청년들의 취업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 청년 지원 정책이 아니라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대표적인 인력 양성 정책인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 양성 사업’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교육 훈련 수요 조사를 토대로 청년 인력을 모집하고 교육한다는 점에서 청년 수요가 아니라 기업 수요가 고려되는 정책이다.

정리하자면 청년 고용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고용 지원 희망 프로젝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청년 취업지원 희망 프로젝트’가 되어야 하고,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 양성 사업’이 아니라 ‘청년 맞춤형 인력 양성 사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업 수요가 아닌 청년 수요에 초점을 맞추려면 정책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단순 정책 모델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에 대한 수요를 조사한다. 둘째, 수요 조사를 토대로 관련 기업과 연계하여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지원한다. 셋째,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수료한 청년을 채용하는 기업에 대해 인건비 보조, 세금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리고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청년들의 교육․훈련 과정에서의 경험을 경력과 임금으로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년 고용 정책의 초점을 기업(산업)에서 현 정부가 중시하는 사람(청년)으로 전환시킨다는 측면에서 단순하지만 의미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모델을 구체화하여 설계한 정책이 제2차 제주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수정 계획의 ‘청년뱅크’ 프로젝트다. ‘청년뱅크’ 프로젝트는 청년뱅크 재단을 통해 청년들을 先(선) 고용(1~2년 기간)하고, 이들이 기업 등에서 현장․실무 교육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청년들은 청년뱅크재단에 고용된 상태에서 프로젝트 참여 기업, 인력 양성 기관 등 선호 기업 또는 기관에 파견되어 실무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다. 청년들은 일정 기간 동안 소득이 보장된 상태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 전문 인력을 채용할 수 있기 때문에, 청년-기업 모두 유인 가능한 프로젝트라고 보인다.

올해 ‘청년뱅크 재단 설립 타당성 연구’를 시작으로 ‘청년뱅크’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선행 사례가 없다 보니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청년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시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청년들이 새로운 경험을 지원받게 될 것이고, 그 경험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찾게 될 것이라 기대된다. 프로젝트 성공의 기준을 ‘사람(청년)’에 둔다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 아닌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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