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준비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준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1.29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현.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기술 및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기술을 융합해서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혁명”으로 정의되는데,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제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4차 산업혁명은 문제인 정부에게도 지상명령이 된 듯하다. 교육부에서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사업 추진 기본계획 안내”를 하겠다는 공문을 각 대학에 보냈다. 4차 산업혁명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노동자를 교육하라는 것이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엘빈 토플러나 다니엘 벨이 이미 정보혁명이라 불렀던 변화의 일부일 뿐이다. 정보기술의 지향점은 처음부터 전자공학이나 생명공학을 이용해 인간을 대신할 로봇이나 사이보그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정보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5감을 통해 얻어지는 외부에 대한 자료다. 이런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지식이다. 정보기술은 인간처럼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을 통해 외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전송하고 분석해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로봇이나 사이보그를 만들기 위한 전제다.

따라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해서 디지털화하고 그것을 저장하며 전송하고 분석하는 것, 그것을 다시 다양한 감각과 외부세계로 재생하는 것이 정보기술의 핵심이다. 빅데이터와 유비쿼터스,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그리고 신경과 디지털기기의 결합 등은 로봇 또는 사이보그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들이다.

정보혁명을 통해 인류가 에덴에서 쫓겨난 후 줄곧 가져왔던 오랜 염원, 노동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염원을 이룰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미래학자들, 기술자들과 기업가들이 정보기술을 통해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하는 것은 산업혁명 이후 겨우 300년 만에 인류가 거둔 진보를 되짚어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1760년 경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전까지 전 세계의 인류 대부분이 가난했고, 굶주렸으며, 교육받지 못했고, 병들어 있었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경제는 250배 이상 성장했다.

1820년에 세계인구의 94%가 극도의 빈곤에 빠져 있었지만, 약 160년 후인 1981년에 들어서 그 비율은 44%까지 떨어졌고, 그 후 불과 20년 후인 2000년대 초반에 그 비율은 10%미만으로 떨어졌다. 세계 1인당 소득은 1850년부터 대략 160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소득의 증대는 사람들의 건강과 기대수명도 크게 개선했다. 1800년 당시 가장 부유한 국가였던 네덜란드와 미국에서 기대수명은 40세 정도였는데, 2012년 세계최저인 시에라리온보다 짧은 것이다. 이처럼 산업혁명은 전세계 인류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지만 특히 우리 한국인들에게 그러한 변화는 더욱 극적이었다. 1950년 80달러 수준이었던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70년이 채 안 된 2017년 350배 이상 증가해서 30000달러에 육박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장밋빛 미래는 정보혁명이 보장하지 않는다. 소득이 350배 증대했지만 실업이 일상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경쟁이 더욱 격화됐다. 행복감이 떨어지며 자살이 급속히 늘어났다. 기술적 진보와 소득 증대에 비해 우리의 행복과 자유는 턱없이 뒤쳐져 있다. 그 기술적 발전과 소득 증대의 혜택을 더욱 공정하게 나누는 방향으로 사회체제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산업혁명이 그랬듯이 정보혁명은 대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동력장치를 바꾸고 생산에 기계를 도입해 노동 방식을 바꾼 산업혁명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노동자를 없애는 것을 지향하고 있는 정보혁명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점차로 노동자가 필요 없어진다면, 현재의 경제적 구조가 유지되는 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실업과 빈곤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민들이 빈곤해지면 기업 역시 물건을 팔 수 없게 된다. 이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재앙은 전체로 파급될 수 있다.

2050년이면 주 15시간미만으로 일하면서 현재와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예측하는 경제학자들이 상당히 있다. 미래에 인간은 노동자로서보다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다시 말해 문화 창조자로서, 정치적 결정자로서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시민들이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시간을 건강과 지적 능력, 정치적 역량, 문화적 능력을 키우는 데에 쓸 수 있도록 사회체제를 전환하는데 필요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배당이나 기본소득도 체제 전환이란 맥락에서 보면 훨씬 매력적인 정책이 된다. 제주에서 먼저 해보면 어떨까?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