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강남으로만 가야 하나?
다시 강남으로만 가야 하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1.2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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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서울제주도민회 자문위원/수필가·논설위원

[제주일보] 시공(時空)을 40년 전으로 돌려본다. 1970년대 정부는 서울 한강 이남인 강남지역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제1순위가 강북의 명문고교를 강남으로 이전하는 조치였다.

​종로구에 있는 공립 k고교·S고교는 강남지역의 삼성동과 서초동으로 신축, 이전했다. 저절로 그 지역은 ​사람들이 몰렸다. 좋은 고교에 배정(전산)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8학군이 형성된 것이다. 유명 대학에 들어가는 통계에서도 강남 8학군 고교 대부분이 20위 안에 들어간다.

​‘강남 집값 급등’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웃고 있다. 전매 제한과 양도세 중과(重課) 등 각종 규제를 내놓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해당 지역들은 주거환경이 좋은 데다 학군 선호, 재건축 호재까지 겹치면서 집값이 덩달아 오르고 있다.

정부는 2019학년도 고교 입시부터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의 우선 선발권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 등이 일반고교보다 먼저 학생을 선발하면서 학교 서열이 평가되고 일반고교 침체 등의 ​교육적 측면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그 폐지 이유를 설명한다.

​이러한 시책에 따라 학부모나 학생들은 자사고와 특목고 대신 학군이 좋은 일반고(인문계)를 선호하는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는 자사고교 등에 지원했다가 떨어져도 일반고교 진학에 아무런 ​불이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자사고와 특수목적고의 ‘우선 선발권’이 사라져 이들 학교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더 멀리 ​있는 일반고교에 배정받을 수도 있게 된다. 이제 ‘고교 평준화’로 돌아간다. 학군이 좋은 강남 등 지역으로 미리 ​옮겨 일반고에 입학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학부모들은 ‘일반고 좋은 학군을 찾아 짐싸는 맹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강남 학군’의 몸값은 저절로 올라만 간다.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발표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특목고 우선 선발 내년 폐지”라는 교육부. ​사실 서로 다른 시책임에도 ‘강남 집값 급등’을 불러왔고 평준화 정책으로 학부모들 강남에 몰리게 되는 역기능을 ​초래했다.

​‘강남 8학군’이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의 견해는 조금씩 다르다.

​A씨는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지역 명문고교에 배정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지역 인기 학군에 대한 선호가 ​현재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K씨는 “학생부 중심 전형이 강화되는 대학 입시 상황에서 내신의 불리함을 알고 있으므로 무조건 강남 8학군으로 너도 나도 몰려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서울시 고교학군 배정은 교원 출신의 장학직에서 맡아 처리한다.

​2월 초 일반고에 들어가는 중3 학생들에게 전산 배정 통지서를 교부한다. 늘 ‘8학군’ 배정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쏟아진다. 말하자면 8학군 내 고교에 배정을 받지 못하고 주변 학군으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8학군 관내 고교 1학년 정원에 비해 지원자가 많아 불가피한 일이다.

​‘다시 강남으로’ 들어가 일반고에 배정을 기대하면 할수록 집값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교육자들은 늘 공교육의 정상화를 외친다. 학부모의 교육 열기와 유명 입시학원들이 즐비한 강남지역을 동경만 ​할 것인가? 필자의 거주지에 있는 공립 K고교, 사립의 J여고 등은 교직원의 열성과 학교운영위원회의 성원으로 ​대입 실적이 향상되고 있음을 본다.

​제주도내 읍면지역의 여러 고교에서 유명 대학 진학 성적이 기대 이상 나타났다니 축하할 일이다.

​‘다시 강남으로만 가야 하나’?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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