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시공(時空)을 40년 전으로 돌려본다. 1970년대 정부는 서울 한강 이남인 강남지역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제1순위가 강북의 명문고교를 강남으로 이전하는 조치였다.
종로구에 있는 공립 k고교·S고교는 강남지역의 삼성동과 서초동으로 신축, 이전했다. 저절로 그 지역은 사람들이 몰렸다. 좋은 고교에 배정(전산)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8학군이 형성된 것이다. 유명 대학에 들어가는 통계에서도 강남 8학군 고교 대부분이 20위 안에 들어간다.
‘강남 집값 급등’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웃고 있다. 전매 제한과 양도세 중과(重課) 등 각종 규제를 내놓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해당 지역들은 주거환경이 좋은 데다 학군 선호, 재건축 호재까지 겹치면서 집값이 덩달아 오르고 있다.
정부는 2019학년도 고교 입시부터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의 우선 선발권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 등이 일반고교보다 먼저 학생을 선발하면서 학교 서열이 평가되고 일반고교 침체 등의 교육적 측면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그 폐지 이유를 설명한다.
이러한 시책에 따라 학부모나 학생들은 자사고와 특목고 대신 학군이 좋은 일반고(인문계)를 선호하는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는 자사고교 등에 지원했다가 떨어져도 일반고교 진학에 아무런 불이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자사고와 특수목적고의 ‘우선 선발권’이 사라져 이들 학교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더 멀리 있는 일반고교에 배정받을 수도 있게 된다. 이제 ‘고교 평준화’로 돌아간다. 학군이 좋은 강남 등 지역으로 미리 옮겨 일반고에 입학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학부모들은 ‘일반고 좋은 학군을 찾아 짐싸는 맹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강남 학군’의 몸값은 저절로 올라만 간다.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발표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특목고 우선 선발 내년 폐지”라는 교육부. 사실 서로 다른 시책임에도 ‘강남 집값 급등’을 불러왔고 평준화 정책으로 학부모들 강남에 몰리게 되는 역기능을 초래했다.
‘강남 8학군’이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의 견해는 조금씩 다르다.
A씨는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지역 명문고교에 배정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지역 인기 학군에 대한 선호가 현재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K씨는 “학생부 중심 전형이 강화되는 대학 입시 상황에서 내신의 불리함을 알고 있으므로 무조건 강남 8학군으로 너도 나도 몰려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서울시 고교학군 배정은 교원 출신의 장학직에서 맡아 처리한다.
2월 초 일반고에 들어가는 중3 학생들에게 전산 배정 통지서를 교부한다. 늘 ‘8학군’ 배정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쏟아진다. 말하자면 8학군 내 고교에 배정을 받지 못하고 주변 학군으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8학군 관내 고교 1학년 정원에 비해 지원자가 많아 불가피한 일이다.
‘다시 강남으로’ 들어가 일반고에 배정을 기대하면 할수록 집값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교육자들은 늘 공교육의 정상화를 외친다. 학부모의 교육 열기와 유명 입시학원들이 즐비한 강남지역을 동경만 할 것인가? 필자의 거주지에 있는 공립 K고교, 사립의 J여고 등은 교직원의 열성과 학교운영위원회의 성원으로 대입 실적이 향상되고 있음을 본다.
제주도내 읍면지역의 여러 고교에서 유명 대학 진학 성적이 기대 이상 나타났다니 축하할 일이다.
‘다시 강남으로만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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