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아닌 보완, 이타적 사고가 지속가능 공동체의 해답”
“경쟁이 아닌 보완, 이타적 사고가 지속가능 공동체의 해답”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1.2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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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① ② ③ 제주특별자치도 마을종합지원센터와 제주시 마을활력과는 지난달 그동안 추진해 왔던 소규모 공동체 사업에 대한 발표회를 열었다.

[제주일보] 무술년(戊戌年) 황금개띠의 해다.

평년보다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감귤 가격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제주의 농업·농촌의 연초는 즐거운 대화가 가득하다. 다만 평년보다 낮은 지난해 12월의 저온현상으로 월동작물들이 성장이 더딘 것이 걱정이다. 육지부의 겨울가뭄과 비교해서는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온갖 분야에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거나 자유로울 수 없다. 관심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공동체라는 시스템 안에서 초미립 부속품처럼 구성되고, 비록 삐걱거릴 수 있지만 쉼없이 돌아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마을과 공동체, 그리고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가 우리 사회의 핵심 키워드가 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동체적 가치가 마을이라는 정겨운 단어에 집약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동체적 가치가 허물어져 그 가치를 복원하려는 노력과 중요성이 부각되기 때문이며 대부분의 우리 모습은 이타적인 생각보다는 이기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지속가능한 농촌마을공동체로 귀결되는 것이리라.

지난달 12일 제주시 마을활력과에서 3년째 추진해 왔던 소규모 공동체 사업 발표회가 열렸다. 또 같은 달 22일 제주특별자치도 마을종합지원센터(센터장 안봉수)에서 지난해 추진했던 마을·소규모 공동체 사업에 대한 발표 콘테스트가 개최됐다.

이미 우리는 농촌마을공동체 사업에 무척 익숙하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로부터 작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사업비를 받아 농촌다움의 유지·보전을 위해서 마을에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경관을 개선한다.

또 지역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시켜 삶의 질 향상과 소득 증대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각종 사업들을 이미 완료했거나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수십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고 해서 그 목적에 걸맞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마을은 과연 몇 곳이나 되는지…. 어쩌면 예견된 문제점들을 알았더라도 사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던 행정기관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2015년에 제주시 마을활력과(당시 마을만들기 추진팀)에서 최초로 소규모 공동체 지원사업(1개 공동체당 500만원 미만 지원)을 제안했을 때 필자는 사업비 규모가 너무 적어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어리석은 반론을 제기했었다. 공모에 참여한 공동체의 숫자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로 이어져 새삼 필자의 부족한 관점과 역량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었다.

이미 만들어진 공동체도 있었으나 해당 사업을 하기 위해서 급조된 공동체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마을과 공동체 안에서 개인들의 역량을 모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노력은 제주의 저력과 미래를 볼 수 있었던 너무나 큰 수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니즈(Needs)와 자유로운 사고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고 그들만의 행복이 아닌 그들이 속한 마을 공동체에 더 큰 즐거움을 주기 위한 대단한 촉매 역할을 해 나간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소규모 공동체들이 네트워킹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끌어내는 것이다.

단순한 사업비 소진이나 공동체 구성원만의 만족이 아닌 각각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서 서로 나누고 채워줌으로써 감동과 만족의 정도가 배가된다. 주민들의 만족도 극대화를 위한 노력을 그들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여기에 답이 있었다. 서로 경쟁해서 우위에 서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고 완성시키려는 이타적인 생각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런 사고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다만 이들 공동체의 가치를 더욱 키우고 그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모든 도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 줘야 한다. 주어진 시간 안에 사업을 종료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들이 만들어 낸 비록 작지만 감동스러운 결과물들이 중단되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마을공동체의 복원과 유지·보전을 위해서 흔히 얘기하는 주민주도형 마을사업을 시작한지 십수년이다.

사업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각 사업별로 나타나는 많은 문제점들을 행정기관은 물론이고 관심있는 많은 전문가들이 모두가 알고 있다. 이제는 전향적인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쩌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제주도의 마을들에게 일반적인 중앙정부의 사업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일 수도 있다.

필자가 기회가 될 때마다 피력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만들어 내는 2018년이 돼 보자. 우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갈중이’가 한여름 습한 더위를 이길 수 있는 것은 물론 편하고 관리가 용이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마을 안에 다양한 소규모 공동체를 활성화시킨다면 소규모 공동체는 마을 공동체로, 마을 공동체는 지역 공동체로, 지역 공동체는 제주 공동체로 진화하는 유기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그 힘들이 모여 제주도의 발전을 견인할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을 보면서 농촌의 촌부로서 비애감과 처연함이 들어 우울하다.

문재인 정부가 밝힌 국정 방향에서는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등을 통해 국민이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양한 분야에 수많은 콘텐츠가 제시됐지만 대한민국을 떠 받치고 있는 농업·농촌에 대해선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던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농업·농촌이 홀대받는 현실이 한없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더더욱 노력해 정치·행정의 관심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농촌·농업·농심에 관련한 행정기관과 전문가들, 그리고 모든 농업·농촌의 리더들에게 2018년은 더욱 변화를 이끌어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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