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제주 농업 경관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주 농업 경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1.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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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용. 제주한라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제주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자율주행차를 타고 한라산과 푸른 바다, 드넓은 목장을 시원스럽게 날아다니면서 관광을 하는 날 그 아래에 펼쳐질 제주의 모습은 어떠한 모습일까? 지금보다 더 큰 매력을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니면 실망을 안겨다 줄 것인가?

지금으로부터 125년 전 미국에서도 엉뚱한 상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는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 400주년 기념으로 ‘미국의 기술 발전과 세계의 미래’라는 주제로 만국박람회가 열렸다.

이 박람회의 이벤트 중 하나로 미국신문협회가 선정한 100명에게 향후 미국의 100년 후의 모습을 예측하게 하였다.

그들이 예측한 미국의 미래는 ‘1990년대가 되면 미국인의 평균 수명이 150세가 될 것이다’, ‘인류는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가 있을 것이다’, ‘미국은 북미·중남미를 모두 지배하고 세계의 초대강국이 될 것이다’, ‘각 가정에 텔레포터(TV-전화기)가 갖춰지고 많은 자리에서 세계 어디와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 등이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인간 수명 150세 도전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로부터 다시 123년이 지나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상상을 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2016년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는 2045년 우리나라의 모습을 예측한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주요 내용은 ‘진공관 열차, 무인 자동차 시대가 열릴 것이다’, ‘도시 농업이 가능하고, 빌딩 농장(수직 농장)의 시대가 가능할 것이다’, ‘우주행성 자원 개발 시대가 열리고, 집집마다 가사로봇이 갖추어져 있을 것이다’라는 것 등이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열기가 뜨겁다. AI, Iot, Big Data 등 4차 산업의 근간을 이룰 기술 엔진들이 뜨겁게 돌아가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우리의 삶의 공간을 2차원에서 3차원으로 급속도로 옮겨놓고 있으며, 때문에 경관을 디자인하는 정책 결정자들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시행해야 할 것이다.

최근 농업 단체에서는 농업·농촌의 가치를 헌법에 담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농업·농촌의 가치는 지나치게 먹거리를 생산하는 경제적 가치에 머물러 있었다.

때문에 농업 선진국보다 생산력에서 비교 열위에 있는 우리의 농업은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위스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자국의 식량 안보와 환경 보전, 수자원 확보,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의 보존 등 농업 및 농촌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농업의 가치를 헌법에 명료하게 못박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헌법 개정 시 이러한 농업 및 농촌의 가치를 담겠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늦었지만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정말 묻고 싶다. 우리는 이러한 운동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는가?

제주의 농촌 들녘에서 우후죽순으로 세워지는 거대한 풍차와 감귤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눈이 부시도록 다시 들어서는 태양광 발전소, 생산력 제고라는 명목 하에 아무런 규제 없이 온 섬을 뒤덮고 있는 비닐하우스, 그리고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도시형 집단 주택단지 등은 국민들에게 제주의 농업 및 농촌의 가치를 전달하겠다고 하는 의지에서 추진되고 있는가?

이러한 시설들은 반영구 시설로서 한 번 만들어지고 나서 변경을 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수반된다.

예전 필자는 스위스의 농촌을 지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스위스의 농촌 지붕 하나하나에도 자유로운 원색이 아닌 무언가 정리되어 있는 색채의 선택, 어쩔 수 없이 세울 수밖에 없는 철탑마저도 경관을 해치지 않고 조화시키려는 모습, 정말 이를 결정하는 사회규범의 메카니즘은 무엇일까?

더 늦기 전에 제주 농업 경관을 3차원적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하늘에서 제주를 내려다 보았을 때 어떤 감흥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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