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바람코지' 극복...'아름다운 풍차 마을'로 변신
척박한 '바람코지' 극복...'아름다운 풍차 마을'로 변신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8.01.23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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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는 600여 년 전 김해김씨가 들어와 살면서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척박한 ‘바람코지’인 행원리는 1997년 전국 최초로 풍력발전기 설치를 수용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로 성장했다. <사진=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제주일보=부남철기자]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람이다. 바람은 과거 바다에 삶의 일부를 의지해야 했던 제주인들에게는 원망의 대상이었다. ‘바람코지’라 불리는 제주의 마을들은 척박함을 떠올리게 했다. 그만큼 바람은 제주인들의 힘든 제주인의 삶을 대변하는 이미지였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杏源里) 역시 제주를 대표하는 ‘바람코지’이다. 이 척박한 바람코지에 ‘바람개비’들이 들어서면서 바람은 행원리에서 ‘부(富)’를 창출하는 자원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행원리 해안도로에 들어서면 하얗고 거대한 바람개비들이 한라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이국적인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이 바람개비들이 행원리의 모습을 바꿨으며 지금은 행원리 주민들의 자부심을 대표하고 있고 제주의 명물이 됐으며 행원리는 바람코지가 아닌 ‘아름다운 풍차의 마을’로 탈바꿈했다.

행원리는 약 600여 년 전 김해김씨가 들어와 살면서 풍부하게 솟아나는 용천수를 기반으로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 원로들은 마을 지명의 유래에 대해 “‘제주읍지’에는 어등개 마을로 표기돼 있는데 ‘어등’이 무슨 의미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어등포(漁登浦)’라는 포구명칭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며 “행원리라는 명칭은 19세기 말에 제작된 지도에 표기돼 있는데 이 명칭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지만 그 유래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것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행원리 해변은 동쪽의 평대리, 세화리 해변보다 안쪽(남쪽)으로 들어와 있어 양쪽 해변이 방파제 구실을 함으로써 포구 형성의 요지가 돼 조선 선조시대에 해상방위를 위한 전소(어등포)가 설치됐는데 여기에서 포구명칭이 유래됐다. 특히 행원리 포구는 조선시대 인조반정으로 폐위돼 제주로 귀양 온 광해군이 젓 발을 내디딘 곳이라는 역사적 의미까지 갖고 있다.

행원리 해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제주의 많은 마을들이 자연환경을 이용한 발전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행원리는 이의 선두주자이다. 행원리 주민들은 1997년 전국에서 최초로 풍력발전기 설치를 수용했으며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로 성장했다. 이는 마을 발전의 기초가 됐으며 제주도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카본프리 아일랜드 조성사업’의 기초가 됐으며 이는 주민들의 자긍심이 됐다.

행원리 주민들은 이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과거 첫 풍력발전기를 받아들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마을의 미래 비전을 만들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일형 이장은 “우리 마을 주민들은 풍력단지, 농공단지, 육상양식단지 등을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마을 주민들에 비해 다양한 사업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라며 “주민들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마을의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마을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과 밝혔다.

행원리 주민들은 자연환경을 활용한 마을 발전과 함께 역사를 통한 문화마을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전국 최초・최대의 풍력발전단지라는 명성을 바탕으로 행원리가 갖고 있는 천연자원을 활용해 ‘풍차’마을에서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우뚝 서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단순히 행정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주민들이 직접 신재생에너지를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마련 중이다.

행원리는 이와 함께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문화 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주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제주도 무형문화제 제1호로 지정된 제주해녀 노래 기능보유자가 살고 있는 마을로서 해녀노래 전승에 대한 기틀을 마련함으로써 환경문화 마을의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아름다운 풍차 마을’행원리 주민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진지한 모색 끝에 환경과 문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행원리 만들기에 나섰다. ‘환경문화’ 마을이 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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