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모원, 마을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
“영모원, 마을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
  • 현봉철 기자
  • 승인 2018.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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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선·배광시 하귀리발전협의회 공동위원장
배광시(왼쪽)·고창선 하귀리발전협의회 공동위원장.

[제주일보=현봉철 기자] “4·3 당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무슨 활동을 했는지 따지지 않고 다 같은 시대의 희생자라는 생각으로 한 곳에 모셨지요. 영모원은 하귀마을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영모원 조성을 주도한 고창선(83)·배광시(80) 하귀리발전협의회 공동위원장은 마을의 역사를 영모원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4·3사건 이후 마을이 쪼개져 동귀리와 귀일리 등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리면서 마을은 그대로인데 이름은 사라진 마음의 실향민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며 “마을 이름이 바뀐 것은 4·3 이후 마을주민들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남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4·3 이후 하귀리 출신 주민들은 빨갱이 마을이라는 시선 때문에 공공기관 등에 이력서조차 낼 수 없었다”며 “하귀리 출신 공무원이나 경찰관들이 다른 마을에 비해 훨씬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마을 이름을 하귀1·2리로 환원하고 영모원 조성을 추진하면서 행정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 걸궁 등을 통해 기금을 모았다”며 “3일간 연인원 1500여 명이 참여하고 다른 지방과 일본 등지에 사는 출향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4·3 희생자 명단을 비문에 새기는 과정에서도 몇 차례의 갈등이 있었지만 마을 화합을 우선순위에 두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잡음을 없앴다.

고 위원장은 “4·3 희생자를 놓고 주민들 간 갈등도 있었고 사업 추진의 위기도 있었다”며 “하지만 좌우 이념이 아닌 시대적 상황에 휩쓸린 모든 사람이 희생자라는 인식을 갖고 화해와 상생의 차원에서 접근하자고 설득하니 마을 사람들도 공감했다”고 회상했다.

배 위원장은 “영모원을 조성하니 마을사람들이 더 잘 화합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며 “영모원은 단순한 추모 공간이 아닌 마을을 하나로 묶어주는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피력했다.

현봉철 기자  hbc@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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