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엽서에 담긴 100년 전 우리 시대상
"작은 엽서에 담긴 100년 전 우리 시대상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1.1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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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엽서 앨범(Postcard Album)
Postcard Album 표지(좌), Postcard Album 금강산 만물상 엽서(앞면)

[제주일보] 우리 책방에 오는 손님 중에는 옛 사진이나 엽서, 편지 등을 찾는 분들이 종종 있다. 그런 종류의 자료들은 필자도 모으기만 할 뿐 아직은 판매를 하지 않기에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 이렇듯 헌책방이나 골동(벼룩)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것들 가운데 하나가 옛 사진이나 엽서 등을 모아 놓은 앨범(Album)이다.

얼마 전에 입수한 앨범도 한 골동시장의 노점에서 만났다. 겉표지부터 이미 상당한 연륜을 품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제목도 그림엽서(Postcard)라니 더욱 기대가 됐다.

처음 펼친 부분에는 손으로 직접 그린 예쁜 엽서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한 장을 꺼내 보니 1918년(大正7)에 그려서 만든 거라고 적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에 손으로 직접 그려서 만든 작은 그림 작품이었다. 비록 유명 작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조그만 화면을 가득 채운 작가의 정성이 돋보이는 엽서였다.

그 다음 열어 본 페이지에는 웬 '청국(淸國)'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청국이면 1912년 이전인데 하는 생각에 우체국 소인을 살펴보니 1904년(明治37)에 발송된 엽서였다. 그 해는 러일전쟁이 발발한 해였다. 엽서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2월 22일 도쿄 시나가와(品川)역에서 기병 중사(軍曹)로 근무하던 주인공이 3월 11일에는 중국(淸國)에서 엽서를 받았고, 전쟁이 끝난 1906년 정월에도 여전히 중국에 주둔 중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조그만 엽서들이 1904∼1905년 만주와 우리나라의 지배권을 두고 러시아와 일본이 벌인 전쟁의 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실물이었던 셈이다. 이 전쟁의 여파로 대한제국은 1905년 을사조약을 거쳐 1910년에는 일본 영토로 강제 합병된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스스로의 명운이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Postcard Album 러일전쟁 관련 엽서

마지막으로 눈에 띈 세 장의 엽서는 모두 우리네와 직접 관련된 것이었다. 경성(京城) 히노데상행(日之出商行)에서 발행된 채색 기생 엽서와 경성 중앙 소인이 찍힌 금강산 만물상 엽서, 남대문 소인이 찍힌 조선우선(郵船)주식회사 발행 연하엽서였다.

당시 우리네와 관련된 그림엽서 발행으로 유명했던 히노데상행은 하루 판매량이 1만 장을 넘었을 정도였고, 보유한 원판이 명소(名所) 700종, 풍속(風俗) 600종에 달했다고 한다. 일개 회사에서 그 정도로 많은 종류의 그림이나 사진엽서가 발행되었으니, 다른 발행처를 합하면 훨씬 더 다양한 엽서들이 유통되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이러한 엽서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연출된 부분도 없지 않겠지만, 100여 년을 지난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이 조그만 옛 엽서들을 통해 그 시대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다 정확하게 찾아볼 수 있다는 자체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중에 골동상점이나 벼룩시장 등에 가실 기회가 있는 분들은 바구니나 앨범 등에 섞여 있는 조그만 엽서나 사진에도 눈길 한 번 더 주시길 바란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그림엽서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은 몇 달 전 민속원에서 출판된 '그림엽서로 보는 근대조선'(全7권,2017)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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