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들이 모두 자리 비울 때 ‘동티’ 없이 새 보금자리로
神들이 모두 자리 비울 때 ‘동티’ 없이 새 보금자리로
  • 신정익 기자
  • 승인 2018.01.18 19: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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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간, 만만치 않은 이사…준비는 어떻게

[제주일보=신정익 기자] 1만8000여 신(神)들의 고향인 제주에서 일 년에 한 번 신들이 일시에 자리를 비우는 시기가 있다.

신구간(新舊間)이다. ‘신구세관교승기간(新舊歲官交承期間)’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24절기의 하나인 대한(大寒) 이후 5일째(양력 1월 25일)부터 입춘(立春)전 3일(양력 2월 1일까지)까지 시기다.

제주의 산과 바다, 마을, 가정 등에서 길흉화복을 관장하던 신들이 천지개벽의 신인 천지왕에게 지난 한 해 있었던 일을 보고하고 임무를 교대하기 위해 하늘로 올라가는 기간이다.

이 틈을 타 이사를 하면 동티(금기시된 행위를 해 신을 노하게 했을 때 받는 재앙)가 나지 않는다는 제주인 고유의 믿음이 전승돼 오늘날까지 신구간이 이어지고 있다.

 

#세태변화로 이사 풍습도 달라져

자신의 이름으로 새 집을 장만해 입주하는 사람들에게 신구간은 설렘의 시간이다.

그러나 신구간은 예나 지금이나 집 없는 사람들에게는 설움을 가장 많이 느끼게 하는 시기다. 신구간을 앞두고 사글세나 전세를 올려 받으려는 집주인과 얘기가 잘 안되면 세입자는 결국 다른 집을 찾아 나설 수 밖에 없다.

어렵게 집을 구하면 이사가 만만치 않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신구간이 되면 동네 골목마다 이런저런 세간을 잔뜩 실은 손수레(리어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런다가 차량 보급이 늘면서 1980년대 이후에는 트럭이 이삿짐을 나르는 주요 수단이 되고, 주택의 층수가 높아지면서 사다리차도 크게 늘어났다.

요즘은 제주지역도 주거형태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와 다세대, 빌라 등 공동주택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신구간 이사 풍습도 많이 변했다.

젊은 세대들의 경우 공동주택 준공에 맞추거나 자신이 편리한 시기에 이사를 하기 때문에 신구간에 이사가 몰리는 진풍경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사갈 집 정보 꼼꼼히 챙겨야

신구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이사갈 집에 대한 정확한 정보다. 신축 주택을 분양받아 입주하는 경우는 시행사와 금융기관 등에서 등기절차를 대행해주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기존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대로 입주하는 경우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점들이 적지 않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주택 소유자를 포함해 압류와 담보 등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전세나 월세로 입주하는 경우 읍‧면사무소와 동주민센터 등에서 전입신고를 한 후 확정일자를 받아야 법률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사를 할 집을 미리 방문해 집 안팎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리가 필요한 곳은 없는지, 또 수리를 해야 한다면 누가 부담해야 하는 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

요즘은 ‘새집증후군’에 대한 걱정도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사를 위해 새로 구입한 각종 가구의 경우 가공목재로 제작된 것들도 적지 않다.

이들 가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된 접착제와 화학물질에서 배출된 각종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집안에 축적될 경우 피부 아토피와 호흡기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이삿짐센터 예약은 필수

신구간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평상시보다 이사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이삿짐센터 예약은 필수이다.

실제 신구간이 되면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이사가 몰리기 때문에 이사비용도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이사를 하려면 반드시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이삿짐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가구나 가전제품 등이 파손돼 옥신각신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이삿짐센터와 계약을 할 때 ‘피해보상이행보증보험’에 가입된 업체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삿짐이 파손된 경우 현장에서 바로 업체 직원에게 확인을 시킨 후 증거사진을 찍어야 한다. 업체에게 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

 

#대형폐기물 처리 온라인으로 신청

신구간 이사에 맞춰 가구와 가전제품을 바꾸는 가정이 많다. 그만큼 폐가구와 폐가전제품 등 대형 폐기물 배출이 크게 늘어난다.

폐가구 등 대형 폐기물은 시청이나 주민센터를 방문해 대형폐기물 신고필증을 받아 배출하면 된다.

제주시(www.jejusi.go.kr)와 서귀포시(www.seogwipo.go.kr) 홈페이지에서 대형폐기물 배출신청 코너에서 신청하면 된다.

지역별로 수거요일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지역을 잘 확인해 신청해야 한다.

폐가전제품은 환경부가 운영하는 ‘폐가전제품 무상방문 수거 서비스’를 활용하면 편리하다.

온라인(www.15990903.or.kr)이나 콜센터(1599-0903) 등을 통해 사전에 신청을 하면 방문일자와 시간을 공지한 후 가정을 방문해 무상으로 수거한다.

 

#중고물품 나눔장터도 풍성

신구간에 쏟아지는 중고 가구와 가전제품을 이웃과 나누는 장터도 열린다.

제주시는 내달 3일 오전 10시부터 종합경기장 야구장 동쪽에서 ‘신구간 중고물품 나눔장터’를 운영한다.

재사용이 가능한 중고가구와 가전제품 등을 기증 받아 일정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1인1점에 한해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중고물품 외에도 의류와 재생비누 등 다양한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폐건전지 10개를 새건전지 1개로, 우유팩 10개를 화장지 1롤로 교환해주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재사용이 가능한 물품을 기증할 시민은 생활환경과(728-3182~7)로 연락하면 된다.

서귀포시도 내달 3일 ‘환경퍼드림 나눔장터’를 개장한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나눔장터에서는 폐기물로 배출된 가구 중에서 상태가 양호한 것들을 골라 수리하거나 폐목재를 활용해 새로 제작된 ‘리폼가구’들이 전시 판매된다.

서귀포시는 나눔장터가 열리는 내달 3일까지 테이블과 의자, 책장, 장롱 등 180여 점을 준비할 계획이다.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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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다니엘 2018-01-19 18:26:34
전통 민속의례를 소상히 소개해 주신 글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