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에 습격하는 조류(藻類)
연안에 습격하는 조류(藻類)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1.1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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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진.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제주도는 지정학적으로 조류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 바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남해안이나 서해안과 같이 해조류를 양식하기는 적합하지 않는 곳이 제주도 바다이다. 따라서 제주 바다에서는 다양한 해조류들이 서식하고 있어 충분한 종다양성은 확보할 수 있지만 대량생산을 위한 양식은 현재까지로서는 불가능하게 보인다.

최근 조류 (algae)는 우리 인간 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조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식물성 플랑크톤이라고 알려진 미세조류 (microalgae)도 있지만 눈에 보이는 거대조류 (macroalgae)인 해조류 (seaweeds)도 있어 이들이 우리 생활에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유익한 것들이 많다.

미세조류에는 클로렐라나 스필루리나 등과 같이 워낙 영양성이 뛰어나서 건강식품으로 팔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우주식품으로 각광을 받을 정도로 영양성과 기능성이 아주 뛰어나다. 한편 미세조류가 꼭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적조와 같은 미세조류가 바다연안의 부영양화와 온도가 잘 맞으면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우리 바다의 해양생물들을 항폐화 시키곤 하는 아주 해로운 미세조류이다. 이것은 미세조류의 대표적인 바다 습격이라 할 수 있다.

거대조류인 해조류는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에 더욱 더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다. 미역, 다시마, 청각, 모자반, 김, 한천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해조류는 혈액을 정화시키고 맑게 해서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해조다당류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항산화 효과가 아주 우수한 폴리페놀 성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우리 건강을 이롭게 하는 슈퍼푸드 중에 하나로 손 꼽인다.

이러한 조류들이 최근 식품을 넘어서, 건강기능성식품, 바이오소재 및 의약품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또한 바이오에너지 자원으로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제주 바다에는 오래전부터 매년 늦봄이 되면 불청객이 찾아오고 있다. 녹조류 중에 하나인 구멍갈파래이다. 여름이 되기 전에 구멍갈파래가 대량으로 번식하여 해안가를 뒤덥게 되면 제주의 아름다운 여름 바다의 경관을 해치고 해안가 여행객들에게 악취까지도 주게 되어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구멍갈파래에 불청객이 하나 더 붙어서 이른 봄부터 제주 서쪽 바다 해안가를 완전히 뒤덮어 버리는 괭생이모자반이라는 해조갈조류가 우리를 더욱 괴롭히고 있다. 이러한 괭생이모자반은 일시적으로 증식하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해안가에 정박하고 있는 배가 조업을 나가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심각하다.

괭생이모자반을 치우기 위해 제주도에서는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가며 바다에서 건져내어 치우고는 있지만 정작 건져낸 괭생이모자반을 쓰레기로만 생각하고 버리기에 바쁘다.

괭생이모자반은 여러 가지 모자반 종 중의 하나인데 다른 종류의 모자반가 마찬 가치로 다양한 생리활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지는데, 이러한 괭생이모자반의 활용을 위한 연구가 제주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다.

지구환경은 날로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고,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으로 인하여 바다 환경과 생태계가 매우 빨리 바뀌고 있어 또 어떤 해조류가 우리를 위협할지 모른다. 하지만 해조류의 좋은 성분이 연구되어지고 활용가치가 높으면 양식해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처럼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 이들 해조류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될 수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해조류의 브루밍 (blooming) 현상을 조류의 침입 (algae invading)이라고 한다. 이 뜻은 특정한 해조류가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이상번식을 하고 있는데 인간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기에 만들어진 언어이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 조류는 침입자가 될 수도 있고, 자연의 선물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우리가 하기 나름인 셈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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