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의 원인
화병의 원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1.1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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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 한의사

[제주일보] 한의학은 양의학과 달리 병명을 정의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습니다. 수치나 검사결과를 가지고 정의내리는 것이 아니고 증상이나 진맥 등을 종합해서 내리기 때문입니다.

화병은 어떻게 정의할까. 이 역시 뚜렷한 진단 표준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정의를 내리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로 인해서 우리 몸에 정신적 육체적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라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동반하면서 불면이나 두통, 이명, 생리통, 소화불량, 가슴 떨림, 설사, 변비, 등의 증세가 있으며 전중(가슴 정 중앙)이나 아랫배를 눌러서 예민한 통증이 있으면 화병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원장님 나는 신경 쓰는 일이 경(별로) 어신디(없는데), 무사(왜) 경 자주 아프고 영(이렇게) 아플 수 이수과(있습니까)”

제가 진찰을 하다가 화병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는데 내 몸은 알게 모르게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고행도 같이 쌓여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이미 내 몸은 나이와 함께 화를 쌓아가는 과정인 것입니다. 구약성경의 등장인물인 아브라함이 약속의 땅으로 고행의 길을 떠나는 과정이 그 예라고 할까요.

시골 사람들은 정신적 노동보다는 육체적 노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관련 질병이 덜 할 것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많은 수의 할머니들에게서 신경통 관절염 등은 기본이고 각종 화병관련 증세를 달고 다니셨습니다. 이는 의외의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육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인정과 미소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시는 제주도의 할머니들이 존경스럽답니다.

우리 몸에는 오장육부가 있는데 그 각각의 장부에는 각각의 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화, 심화, 담화, 대장화, 위화, 등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니 간, 삼초, 심장의 화가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간의 화가 제일 많고 비중이 큰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이 삼초의 화인 것 같습니다. 

간의 기운은 사방팔방으로 쭉쭉 뻗어가는 특징이 있는데 신경을 많이 쓰면 기운이 울체되어 간에 화가 쌓이게 됩니다. 쉽게 분노하고 혈압이 잘 오르고 눈도 시뻘겋고 입은 바짝 마르고귀가 울리고 뒷목이 잘 아프다면 간화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혈액이 지나는 통로를 혈맥이라 한다면 물이 지나는 통로를 삼초라고 합니다. 이 삼초 역시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해 물이 고이고 화를 쌓이게 합니다. 열증을 기본으로 하면서 얼굴이 잘 붓고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시원치 않고 가슴이 답답한 증세를 자주 호소한다면 삼초의 화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경락의 이론에 근거해 침으로 화가 쌓인 기를 풀어냅니다. 침이 효과가 약한 경우는 한약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안타깝게도 한약이 일반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고 있지만 심장이나 신장이 약해서 오는 불면 이명 등의 화병에서는 한약 치료가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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