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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리 박춘실 할머니의 소원
제주일보 | 승인 2018.01.11

[제주일보]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박춘실 할머니(87)의 마지막 소원은 죽기 전에 (북한에 있는)동생들을 만나보는 것이다. 지난 9일 판문점에서 남북회담이 열리자 할머니는 하루 종일 TV 앞을 떠나지 못했다. 우리 측이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담 결과 나온 공동 보도문은 이산가족 상봉이 포함되지 않았다. 할머니는 아쉬움에 눈물을 삼켰다.

대한적십자에 따르면 제주지역에 사는 이산가족은 모두 547명이다. 이들도 할머니처럼 아쉬움 속에 이날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 간에 놓여있는 여러 인도적인 문제 중 가장 상징적인 문제다. 남북 간에 이 문제를 바라보는 각도와 정도에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체제와 이념을 뛰어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인권 문제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이산가족의 상봉 문제가 다시 논의되길 기대한다.

가족이 하나의 공동체에서 생활할 수 없고, 자유로운 왕래도 할 수 없는 이산가족의 심정은 평생을 두고 남을 한이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족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단절된 삶의 터전으로 남았다.

6·25 전쟁이 발발하고 휴전 협정이 발효된 지도 60년이 지났지만 한반도의 분단은 장기화되고 있다. 이미 고령에 들어선 이산가족들은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속에서 속절없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1세대 실향민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이산가족 상봉은 서둘러야 할 민족적 과제다.

1985년 남북이 처음으로 이산가족 고향 방문단을 구성하고 방남과 방북을 통해 65가족 157명이 만났다.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8월 제1차 이산가족 상봉을 시작으로 2015년 10월 박근혜 정부까지 20차례에 걸쳐 순차적인 가족 상봉이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현재 5939가족 2만3342명의 이산가족이 정부와 민간단체를 통해 상봉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명 중 이미 사망한 사람은 54%에 이르고 있다. 생존자 6만76명도 80대 이상 고령자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매년 2400명 정도의 이산가족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산가족들의 조바심이 커지고 적십자사에 상봉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는 건 당연하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가족 중심 사회였으며 생활의 모든 가치를 가족 집단에 둬 왔다. 개인보다는 가족을 위해 생활해 왔고, 가족 집단은 국가를 포함한 어떤 집단보다도 우선되는 가치였다.

생이별한 가족과의 상봉이 평생의 바람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 차원에서 정치와 이념을 떠나 조건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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