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웹툰, ‘열 영화’ 안 부럽다
잘 만든 웹툰, ‘열 영화’ 안 부럽다
  • 김경호 기자
  • 승인 2018.01.11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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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 신과함께-죄와 벌’ 국내 최초로 1편과 2편을 동시 촬영
올해 첫 천만 영화 기록, 개봉 23일 만에 1200만 관객 동원
영화 포스터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극장을 찾았다.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불타는 건물에서 아이를 구하려다 추락사한 소방대원 김자홍과, 그가 49일 동안 받게 될 7개의 재판이 주된 내용이다.

저승의 재판을 통한 사회 풍자와, 웃음과 유머로 꾸며낸 무겁고 슬픈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제작된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역대급 컴퓨터그래픽(CG). 그에 반해 한국영화의 고질병 사운드 믹싱은 아쉬운 부분이다.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몰입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배우들의 연기와 곳곳에 등장하는 화려한 라인업의 카메오 군단이 영화를 빛냈다.

특히 영화의 끝부분에 자홍의 가족애가 드러나는 장면은 눈물을 유도하는 뻔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개연성에 눈길이 갔다.

사실 이 작품의 예고편이 나왔을 때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기간 연재된 웹툰을 몇 시간짜리 영화로 줄이려다 보니 원작을 많이 바꿀 수밖에 없었고, 이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무사히 흥행에 성공했다.

신과 함께는 그렇게 우수한 작화를 가졌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전통 신과 신화 속의 지옥을 통해 보는 사회 풍자와 함께 작가 특유의 부드러운 감성으로 그려내는 인간과 신의 이야기로 공감과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이 영화는 ‘부모’와 ‘살면서 저지르는 죄’라는 누구에게나 쉽게 와닿는 주제를 한국형 판타지 세계관과 융합해 매끄럽게 그려냈기에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주목될 만한 또 다른 점은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중에서도 크게 성공했다는 것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나 ‘반드시 잡는다’ 는 아쉽게도 그렇게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된 ‘내부자들’ 은 높은 작품성을 지녔으나 청소년 관람불가이기도 하고 잔혹한 장면이 있어 어린 층이나 일부 관객들에겐 ‘넘사벽’ 이었다.

요즘에는 ‘잘 만든 웹툰 하나 열 영화 안 부럽다’ 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웹툰이 유행을 타고 있다. 개중에는 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 저리가라 할 정도로 독특하고 감성적인 작품도 많다.

간혹 일부 기성세대 중에는 웹툰을 ‘인터넷 만화’ 라는 이유로 무작정 유치하다느니 너무 자극적이라느니 혹평을 하며 청소년들에게 차라리 책을 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허나 이것은 단편적인 생각이다. 만약 책으로 엮어진 작품이 작가의 눈에 들어 그것이 웹툰이 되었다고 치자. 그럼 단지 ‘글’ 이 ‘만화’ 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성이 떨어질까? 애초에 오늘의 영화인 ‘신과 함께: 죄와 벌’ 또한 원작이 그 자체로 작품성을 인정받아 영화로 제작된 게 아닌가.

이 글이 연재되는 현재는 2017년에서 2018년으로 해가 바뀌었고, 그에 따라 기술도 발전해 더 다양한 콘텐츠가 생길 가능성도 늘어 갈 것이다. 

올해는 한번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웹툰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누가 아나, 당신이 우연히 찾아보게 된 그 웹툰이 어느날 갑자기 화면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을지.

김경호 기자  soulful@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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