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우리 세대가 풀어야할 숙제
기부문화, 우리 세대가 풀어야할 숙제
  • 제주일보
  • 승인 2018.01.0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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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기부는 부유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천하의 부자라도 마음이 인색한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국수를 팔고 폐지를 모아 팔아서 기부한 사람들의 얘기가 그래서 더 훈훈한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끼니를 걱정하는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 점점 더 심화되는 양극화를 이겨내는 공동체의식 회복은 우리 사회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기부는 나 아닌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나 아닌 남을 먼저 챙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건강한 사회는 자기 몸 하나 가눌 수 있고 밥 세 끼 해결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느끼며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기부라는 단어가 어색하기만 하다. 이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저변은 그다지 넓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올해도 설날을 앞두고 기부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제주시 연동에 설치된 ‘희망 2018 나눔캠페인’ 사랑의 온도탑이 87.5도(8일 현재)를 가리키고 있다.

‘사랑의 온도’는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이 캠페인의 모금목표 44억1500만원의 1%인 4415만원이 모금될 때마다 1도씩 오른다.

모금목표가 100% 달성돼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의 열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 2018나눔 캠페인’처럼 법정 모금 배분기관의 모금은 예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특정 소외계층을 직접 지원하는 개인, 소규모 기부단체의 활동이 예년같지 않다는 데 있다.

이런 배경에는 기부를 꺼림칙하게 만든 우리 사회의 책임이 있다. 작은 선물을 주고 받는 것도 유무죄(有無罪)를 법적으로 따져야 가능한 세상이다.

잇단 기부관련 비리도 찬물을 끼얹었다. 불우아동을 위한 기부금 128억원을 유용한 ‘새희망씨앗’ 사건, 희소병 딸을 위한 기부금 12억원을 챙긴 이영학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오죽하면 ‘기부 포비아(공포증)’란 말이 생겨났을까. 식어가는 기부 문화를 살리기 위해서는 투명한 감시시스템을 만들어 기부금 불신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기부단체들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사용내역을 누구든 열람할 수 있는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기부와 나눔의 활성화는 더욱 절실하다.

기부는 마음먹기에 따라 정신이 고양되고 육체적 건강까지 좋아진다는 보고서도 있다. 또 정기적으로 자원봉사와 기부를 하는 사람의 사망률이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절반 정도 낮았다는 결과도 있다. 심신이 맑아지고 엔돌핀이 샘솟는 기부, 이제 우리세대가 풀어야할 숙제다. 올해도 어려운 이웃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훈훈한 사랑이 모아지길 기대한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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