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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라후프를 돌리며강순희 수필가
제주일보 | 승인 2018.01.09

[제주일보] 새벽 운동을 나선다. 새해, 첫 길이라서인지 샛별의 반짝임이 유별나다. 코끝에 감도는 냉기가 맵싸하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몇 십 분 전 잠자리에서 구물거리던 게으름은 간 곳이 없다.

신산공원은 집에서 근거리에 있어서 언제나 오가며 산책을 즐기는 곳이다. 사철 푸름이 있어 도심 속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입구에서부터 흥겨운 음악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새벽 4시쯤이면 쉼터에는 어김없이 음악소리가 들린다. 어르신들이 쌍쌍이 손잡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웬 댄스파티인가 하겠지만 운동 삼아서라는 명분이니 봐 줄만하다. 몸놀림들이 사뿐하다. 지르박 댄스 열기가 새벽 쌀쌀한 공기를 무색케 한다. 당겨주고 밀며 맴도는 손과 어깨에 신바람이 넘친다. 나는 통나무 두 개를 얹어놓은 운동기구에서 몸 풀기만 할 뿐, 그들과 어울릴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음악 따라 몸을 풀다 보면 율동감이 있어 좋다.

훌라후프를 집어 든다. 철심이 둘레에 박혀 있고 원이 큰 것이다. 이제는 인이 박힐 만도 하건만 방심하면 밑으로 처지려 드는 녀석하고 밀고 당기는 단판씨름을 벌인다. 허리 살을 흩는 느낌이 모지다. 힘겨루기에 밀리지 않으려면 다리의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훌라후프도 제 무게를 견디며 구심과 원심의 기 싸움으로 기우뚱한 자세다. 어림짐작으로 지구의 자전축만큼 기운 자세다.

내가 지구의 축이 되어 돌고 있다는 환상에 빠져든다. 단순한 원 운동을 하면서 원심력과 구심력의 의미를 생각한다. 원의 중심으로 나아가려는 힘과 원의 중심을 이탈하려는 힘의 안배를 적절하게 해야 훌라후프가 제대로 돈다.

2018년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무한의 반복과 무한의 기회가 또 주어진 거다. 연초에 결심했던 계획이 아스라할 즈음, 새로운 한 해가 주어짐이 감사하다. 지구가 태양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하루 중, 신년의 시작이라는 사실이 나의 새로운 결심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만, 새해 소망 하나 부메랑에 걸어 띄운다. 삶을 둥글게 궁굴려 긍정적인 것만을 되받을 수 있는 삶이고 싶다. 내가 던지고 내가 받을 부메랑이다.

내 삶도 훌라후프처럼 안과 밖을 드나드는 일상의 연속들인 것을. 돌이켜보면 내 안만 챙기려 드는 이기심이 가득한 것 같아 뒤돌아보기가 민망하다. 나를 다독이는 삶과 주위를 살피는 조화로운 삶이 부족했기에 인생의 원운동이 휘청거렸던 적도 많았었다.

가로등 불빛이 훌라후프 돌리는 내 모습을 길게 투영시킨다. 평형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허리와 히프를 좌우로 크게 흔든다. 내 딴에는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율동을 넣어 가며 섹시하게 온몸을 흔들고 있건만….

어럽쇼! 뺏마른 바지랑대 하나 허청거리는 모습이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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