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하나의 원으로 이어지는거야"
"우린 하나의 원으로 이어지는거야"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8.01.04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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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톡]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다른 시간대 사는 남녀 청춘 로맨스
5년 주기, 단 30일뿐인 만남 등 애틋

[제주일보=이승현 기자] 끝을 알면서도 함께 한다는 것. 자신의 미래, 사랑하는 사람과의 내일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와 닿지 않는 낯선 감정이다. 결국 만날 수 없다는 결말을 아는 동시에 서로에 관한 추억마저 함께할 수 없다면,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 사랑할 수 있을까?

2017년 개봉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연애에 숙맥이던 남자와 비밀을 간직한 여자가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는 청춘 로맨스 영화다.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스무 살의 대학생 타카토시(후쿠시 소우타)는 전철을 타고 통학하던 중 첫 눈에 반한 에미(고마츠 나나)에게 고백하고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한창 추억을 쌓아가던 어느 날, 타카토시는 에미가 자신의 집에 두고 간 수첩에서 서로의 미래 데이트 내용이 적힌 것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는 이미 미래를 알고 있고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다는 설정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 ‘너의 이름은(2017)’ 등과 같은 시간 여행 장르에 속한다. 한쪽만 나이가 든 채 어린 상대방과 만나는 장면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눈길을 끄는 점은 두 사람의 시간 흐름이 달라 서로가 사랑할 수 있는 시간대가 오직 두 사람이 스무 살이던 해, 달이 뜨고 지는 30일뿐이란 점이다. 5년마다 만날 수 있는 그들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미래의 결과를 바꾸는 다른 영화와 차별점이 분명하다.

제목 그대로 내일 내가 만나는 상대는 오늘을 기억 못하는 어제의 그녀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미는 그녀가 15살이던 때 25살의 타카토시에게 들은 미래 데이트 내용 그대로를 연기하며 스무살의 그를 만난다.

서로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비극은 강렬하게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어긋난 시간의 흐름에서 추억마저 온전히 공유하지 못하는 등장인물들의 고통과 상처가 그대로 와 닿는다.

영화 속 평행세계와 시간을 다루는 내용의 설정과 설명이 부족해 시간관념을 생각하다보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그러나 타카토시에 입장에서 전개되던 영화가 후반부 에미의 시선에서 전개될 때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감성에 젖어들게 된다.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야. 끝과 끝을 이은 원이 되어 하나로 이어지는 거야.”

영화의 마지막, 그와의 첫 만남을 위해 그녀는 마지막으로 전차에 올라탄다. 그가 예전에 말해줬던 ‘첫 눈에 반한 모습’을 하고서….

이승현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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