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곳, 제주 어떠세요?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곳, 제주 어떠세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8.01.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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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구.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일보]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에는 그라스(Grasse)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제주시 노형동 수준의 약 5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 향수산업의 중심지인 그라스 마을은 세계 향수의 메카로 불린다. 세계 향수 박물관과 향수·향료 회사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라스 마을의 ‘장미’ ‘자스민’ ‘튜베로즈’ 꽃들은 샤넬, 디올, LVMH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향수 원료로 공급되고 있으며 샤넬 넘버5(Chanel No.5) 역시 장미, 자스민, 튜베로즈에 인공 합성 성분을 더해 탄생했다.

Travel France Online (프랑스 관광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그라스 마을의 향수 생산량은 전세계 향수 생산량의 10%에 달하는 수치로, 연 평균 매출액은 6억 유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그라스 향기마을의 향수공장만을 방문한 관광객수도 한해 120만 명을 웃돌고 있다. 이 작은 프랑스 시골 마을은 어떻게 전 세계 향수의 중심이 되었을까? 그리고 화장품산업을 제주형 2차산업(제조업)으로 집중 육성중인 제주도를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향기마을로 조성할 수는 없을까?

최근 제주 화장품산업의 급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2015년 398억 원인 매출액은 2012년과 비교해 2.8배 증가하였고 연구인력도 연평균 7%, 생산직은 연평균 13%이상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화장품산업 기업체수와 종사자수는 전국보다 2배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 결과 2004년 4개사에 불과하던 화장품 관련 기업체가 2017년 현재 120개사에 이르는 등 지난 15년간 30배 이상 성장하였다. SK바이오랜드, ㈜유씨엘, 콧데, 스킨큐어, 바이오스펙트럼 등이 제주에 화장품공장을 신축하였고, 아모레퍼시픽, ㈜대봉LS, 잇츠한불, 사임당화장품, 더마프로 연구소 등이 유치되어 제주의 젊은이들에게 고급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지역내 화장품기업들은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제주 화장품산업의 성과는 다른 지자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또한 2017년에 제주대학교와 제주테크노파크는 제주 화장품산업 육성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인 산업통상자원부 산학융합원과 국가화장품연구센터 유치에 성공하는 등 제주 화장품산업은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도의회의 아낌없는 성원과 지역기업과의 협력을 통하여 국내 지역정책의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하였다.

반면에 제주의 화장품산업은 청정자원을 이용한 특성화가 타 지자체보다는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으나 브랜드 육성이나 유통 및 판로를 통한 성장 전략은 선진국대비 비교적 취약하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제주 화장품산업은 본격적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할 시점인 것이다.

화장품산업의 꽃은 향수산업이라고 한다. 프랑스 작은 마을인 그라스 지방에는 전체 인구 5만명중 2/3 정도가 향수 업종에서 일을 하고 있고, 세계 향수 원액의 2/3을 공급하며 1천 5백여 가지의 원액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적인 향수 브랜드 프라고나(Fragonard), 몰리나르(Molinard), 갈리마드(Galimard) 향수공장이 있고 5월의 장미축제, 8월의 자스민 축제를 보고자 하는 해외관광객들의 발길이 넘쳐나고 있으며 향수제품 하나만으로로도 연평균 75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다가 관광수익을 더하면 경제적 효과가 조 단위 이상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에게 프랑스 그라스 마을을 모델로 하는 향기마을 조성과 글로벌 브랜드 개발은 먼나라 이야기일까? ‘경제성이 부족하거나 땅값 폭등으로 인해 부지 확보가 어려운 것은 아닐까?’하는 반문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필자는 연 평균 1,500만명의 관광객과 쓰레기매립장 활용을 통하여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쓰레기매립장 활용에 대한 성공사례로 골프장 개발과 신재생에너지발전소 및 생태공원 조성 등이 국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개발비용이 막대하게 투자되고 수익 역시 생태공원 조성외에는 소수에 집중되는 시스템이다. 반면에 허브식물재배를 통한 향기마을 조성사업은 개발비용이 최소화되고 쓰레기매립장과 인근 지역이 개발됨으로서 다수의 주민들과 도민들에게 혜택이 돌아 갈 수 있는 대표적인 6차산업 모델이 될 수 있다.

쓰레기매립장에 제주를 대표하는 숨베기낭(순비기나무), 종낭(때죽나무), 산물낭(진귤나무)과 유럽식 허브 등 향기자원을 재배하여 천연 원료 생산공정, 친환경 화장품 제조공정, 친환경 화장품 사용체험을 할 수 있는 뷰티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향기박물관과 향수제조시설을 운영하며 스마트전력시스템, 스마트팜, 스마트공장, 아그로팜, 신재생에너지, 탄소제로, 자원순환 등을 기본 모티브로하는 선진국형 향기 마을을 상상해 보자. 제주의 쓰레기매립장 문제를 향기마을이라는 선진국형 6차산업 모델로 극복해가는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성공사례가 되지 않을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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