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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칸의 색깔들이 모여, 색동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 / 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 승인 2018.01.02

[제주일보] 어린 시절 명절 때면 엄마가 챙겨주신 한복을 입고 차례를 지냈던 기억이 있다. 체격이 고만고만했던 터라 한번 입었던 한복은 꽤 몇 해를 입었던 듯 하다. 사진첩에 남아있기도 하고, 기억 속에 남아 있기도 한 그 한복들. 그 중 색동저고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색색이 입혀진 칸이 넓었던 색동저고리도 있었고, 칸이 촘촘이 좁은 것도 있었고, 안감에 하얀 털이 달리고 바깥은 색동으로 된 배자도 있었다. 날이 춥지 않은 추석 무렵에 털 달린 배자를 입겠다고 떼를 썼던 기억도 왈칵 난다. 그래서인가, 필자에게 색동은 나이가 한참 든 지금도 정겨움, 다정함을 불러일으킨다. 가만 생각해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깔들이 모였는데 모인 자체가 참 곱다.

색동이 이렇게 문득 떠오른 이유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마 다가온 새해를 축복하고 싶은 마음의 기원이기도 하고 근래 상담에 의뢰된 어느 가족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서인 듯 하다. 또한 마무리 단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의 공동 글쓰기 작업에서 느껴지는 감정 때문인 듯도 하다. 마음 속 색동을 떠올리게 했던 이 세 가지 근원들을 조금 더 깊이 따라가 보며 새해를 맞이하는 문을 활짝 열어본다.

▲새해

2018년 새해가 어느 덧 밝았다.

지난 2017년 열심히 일하고 많이 웃고 울기도 했던 시간들이 있어 새해에도 그 어떤 시간이 와도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여길 마음의 근력이 생긴 듯 하다. 특히 색동의 밝은 색깔들을 생각하면 마음의 방에 탁하고 불이 켜지는 듯 환해진다. 다채롭게 펼쳐질 2018년의 시간들을 기대한다. 색동은 축하, 축복의 의미이기도 한가보다.

▲상담으로 연결된 가족

진진이는 상담에 의뢰될 당시 생후 15개월을 맞이하고 있었다. 진진이가 태어나서 27일이 지날 무렵 부모의 갈등이 깊어져 엄마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쉼터로 이주했다. 그 후 서로 연락이 되질 않아 아빠는 이혼소송을 했고 이를 뒤늦게 발견한 엄마가 자녀를 만나는 것이 순조롭게 되질 않자 면접교섭 이행명령 청구를 법원에 했다.

법원에서는 자녀와 부모의 만남이 생후 한 달 무렵 이후부터 1년이 넘도록 단절돼 진진이가 엄마의 존재를 모르고 있으며 또한 진진이의 백혈구 수치가 높아 외출이 다소 제한돼 있어 진진이와 엄마의 만남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자녀 입장에서 순조로운 진행이 되도록 가사상담을 필자에게 의뢰했다.

진진이의 엄마는 21살이 되던 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와서 결혼을 한 이주여성이었다. 언어가 서로 달라 남편, 시댁 식구들 사이에서 오해가 시간이 갈수록 쌓여갔다고 했다. 현재 별거의 삶이 이성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지만 마음 속에서는 진진이를 생각했을 때 밀려드는 미안한 마음 때문에 혼란스러워 힘들 때도 많다고 했다.

진진이는 아빠, 친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진진 엄마에 대해 “오해가 있다면 풀고 진진이를 위해 좋은 어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진진이 아빠도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 싶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

필자와 진진이 엄마가 먼저 만나 진진이가 있는 집으로 가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이제 진진이네는 ‘너는 왜 내 마음 모르느냐’고 서로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기 전, 나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을 주고 받으려는 대화를 먼저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고향, 나이, 성별, 가치관이 다를 수 있지만 그 다름이 나쁨이 아니라 다름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색동처럼 아름다워 지리라.

▲함께 모여 글쓰기 작업

심리상담도 많은 전문분야가 존재한다. 내담자의 대상에 따라, 상담 안의 내용이나 형태에 따른, 비슷하면서도 세밀하게 따지면 분야가 다를 수도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내담자와 상담을 진행하였는지를 풀어내는 가이드라인과 사례집을 엮어내는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데 막상 전문가라고 이름 붙인 사람들끼리의 공동의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내 목소리의 볼륨을 낮추니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시간을 서로 가지며 결실을 맺는 중이다. 각자의 색깔을 내고 서로의 색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색동. 새해에는 아름답게 빛나면서도 더불어 함께 빛나는 겸손한 색동이 되고 싶다.

제주일보 기자  isun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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