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띠 이야기-무술년 개의 해
[신년특집] 띠 이야기-무술년 개의 해
  • 신정익 기자
  • 승인 2017.12.31 1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과 함께 한 ‘어진동물’…충복과 의리의 상징
사도세자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개 그림.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제주일보=신정익 기자] 한국사회에서 개띠를 상징이나 하듯 회자되는 주인공들이 ‘58년 개띠’들이다.

1957년생이나 1959년생들도 많지만 유독 ‘58년 개띠’는 대한민국 격동기를 겪으며 영욕의 시간들을 목도한 세대들로 각인되고 있다.

1958년생 개띠는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 어딜 가든 ‘개떼’처럼 많아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세대다.

이들 가운데 공직에 있던 사람들은 지난해 공로연수나 명예퇴직 등으로 사실상 현역에서 물러났다. 민간 부문에서는 이미 4~5년 전에 일선에서 퇴장해 ‘인생 2막’에 접어든 이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58년 개띠’들의 사연이 아니어도 개는 인간들과 가장 친근한 동물로 각인되고 있다.

개띠 해는 육갑(六甲) 가운데 갑술(甲戌), 병술(丙戌), 무술(戊戌), 경술(庚戌), 임술(壬戌) 등으로 순행한다. 올해는 무술년으로 황금개의 해다.

십이지신도 중 술신 초두라대장(戌神 招杜羅大將)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개는 십이지의 열한 번째 동물이다.

개는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동물 가운데 가장 흔히 접할 수 있고, 인간과 가장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를 가져 ‘어진동물(仁獸)’로도 불렸다.

개는 그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하여 사람을 잘 따르며, 후각과 청각이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하다. 또 자기의 세력 범위 안에서는 대단한 용맹성을 보인다.

특히 주인에게는 충성심을 보이지만, 낯선 사람에게는 적대심, 경계심을 갖는다. 아주 오랜 시기를 같이 살아온 개는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복의 상징이다.

설화에 나타나는 의견(義犬)은 충성과 의리를 갖춘 우호적이고 희생적인 행동을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곳곳에 의견 설화와 의견 동상, 의견 무덤 등의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전승된다.

반대로 서당개, 맹견, 못된 개, 미운 개, 저질 개, 똥개, 천덕꾸러기 개는 비천함의 상징으로 우리 속담이나 험구(욕)에 많이 등장한다.

동물 가운데 개만큼 우리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경우도 드물다. 개살구, 개맨드라미 등 명칭 앞에 ‘개’ 가 붙으면 비천하고 격이 낮은 사물이 된다.

개는 아무리 영리해도 사람대접을 못 받는다. 밖에서 자야하고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을 먹어야 한다. 사람보다는 낮고 천하게 대접받는다.

결국 개는 충복과 비천의 양면성을 지난 동물로 인간과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세태가 많이 변해 ‘반려견’은 호사를 누리는 것도 현실이다. 가족 구성원과 비슷한 대접을 받으며 ‘애견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주인이 여러 날 집을 비울 땐 ‘애견호텔’에서 특급 대우를 받는다.

무속신화, 저승설화에서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 저승에서 이승으로 오는 길을 안내해 주는 동물이 하얀 강아지이다. 이처럼 개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매개의 기능을 수행하는 동물로도 인식되곤 했다.

예로부터 개는 집 지키기, 사냥, 맹인 안내, 수호신 등의 역할뿐만 아니라, 잡귀와 병도깨비, 요귀 등 재앙을 물리치고 집안의 행복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국유사’에 보면 백제의 멸망에 앞서 사비성의 개들이 왕궁을 향해 슬피 울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집에서 기르던 개가 슬피 울면 집안에 초상이 난다고 해 개를 팔아 버리는 습속이 있다.

또 개가 이유 없이 땅을 파면 무덤을 파는 암시라고 여겨 개를 없애고, 집안이 무사하기를 천지신명에게 빌고 근신하면서 불행에 대비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